현재 BMW의 총괄 사장직을 맡고 있는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다소 슬픈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과거 클래식 모델들을 오마주하는 디자인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습니다.



그가 이러한 발언을 한 이유는 신형 4시리즈와 i4의 디자인과 관련이 있는데, 두 모델에 적용된 수직 키드니 그릴에 반발한 많은 BMW 팬들이 이에 대한 비판과 그에게 다시 과거 BMW로 돌아와달라는 요청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의 단호한 입장은 이와 같은 대중들의 반응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호이동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2019년 공개된 가르미슈 콘셉트를 꼽았습니다. 이 모델은 람보르기니의 미우라, 쿤타치 등을 디자인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 가 디자인한 BMW 2200ti 콘셉트를 재현한 모델이었습니다.

BMW 2200ti 콘셉트는 그가 이탈리아의 유명한 카로체니아인 베르토네에서 디자인한 모델로서, 새로운 육각형 키드니 그릴, 벌집 형태의 리어 윈도우 등 과감한 조형미가 적용된 모델이었습니다.

BMW는 5시리즈 성공의 기반을 마련해준 BMW 2200ti 콘셉트와 간디디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고자 이번 콘셉트를 제작한 것입니다. 호이동크는 “이번 오마주 콘셉트가 공개되자 미국인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고, 전기차로 출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문의가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호이동크는 복고풍 디자인에 현대적인 기술이 조합된 차량이 매우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것과 새로운 기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라고 전했는데, 여기서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다’라는부분은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복고풍 디자인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중들이 원하는 그런 모델들은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는 “이미 타버린 ‘재’는 신경쓰지 말고 계속 ‘불’을 지펴야한다”라고 말하며 BMW 디자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확고한 입장은 과거 BMW가 아름다운 오마주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공개한 사례가 있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는 2011년 공개된 328 오마주 콘셉트, 2015년 공개된 3.0 CSL 오마주 콘셉트 그리고 2016년 공개된 2002 오마주 콘셉트가 있습니다.

오늘은 앞서 언급한 호이동크의 인터뷰와 함께 세 모델에 대해 알아보며 과거 BMW가 오마주 디자인에 얼마나 뛰어났던 브랜드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011년 공개된 328 오마주 콘셉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BMW 328 모델을 오마주한 모델입니다. BMW 328은 1930년대 가장 성공적이고 멋진 스포츠카로 간주되는 차량으로서 BMW는 328을 통해 체계적인 경량 구조, 공기 역학 디자인, 최적의 엔진 유형 및 뛰어난 서스펜션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으며, 향후 모델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BMW 328의 디자인은 현재까지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현재 BMW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도마고 듀케는 새로운 키드니 그릴을 설명할때 328응 언급하며 수직 키드니 그릴이 자신들의 본래 DNA였다고 설명하기도 했죠.

328 오마주 콘셉트는 328의 탄생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작되었으며 BMW Group Classic의 CEO였던 Karl Bäumer는 “이번 콘셉트를 통해 328 모델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BMW는 328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경량화를 계승하기 위하여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을 콘셉트 차체 전체에 적용하여 780kg의 가벼운 공차중량을 달성했으며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 역시 동일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28 오마주 콘셉트 디자인의 핵심을 팽팽하게 당겨진 듯한 면과 날카로운 선의 느낌의 대비라고 할 수 있으며 쐐기 형태의 후드 캐릭터 라인은 차량이 정지해 있어도 정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가장 중요한 키드니 그릴은 기존 328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여 수직으로 배치되었습니다. 하지만 BMW는 여기에 한가지 더 재밌는 요소를 첨가했는데, 정면에서 바라본 그릴은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만 측면에서 볼 때는 대각선으로 누워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그릴 전면은 고광태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측면은 무광택으로 마감되었습다.

328 콘셉트의 측면은 328의 테스트 차량을 오마주하여 물리적인 문 대신 깊은 홈이 적용되었습니다. 후면에는 BMW의 현대적인 L자 형태의 테일 라이트가 적용되었고 큰 통풍구를 통해 차량의 가벼운 무게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5년 공개된 3.0 CSL 오마주 콘셉트는 BMW의 상징적인 레이스카 중 하나인 BMW 3.0 CSL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입니다.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호이동크는 “오마주 콘셉트를 통해 우리의 유산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3.0 CSL은 1971년 공개된 BMW 3.0 CS의 쿠페형 버전인 CSi을 바탕으로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 참가하기 위하여 탄생한 레이싱 차량으로서, CSL에서 L은 ‘Light(가벼운)’ 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BMW는 경량화를 위하여 3.0 CSL를 더욱 얇은 강철로 제작했으며 도어, 보닛 그리고 트렁크 리드는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3.0 CSL 오마주 콘셉트 역시 이러한 경량화를 계승하기 위하여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레이싱 차량을 기반으로 한 모델임을 보여주듯 프런트 전고는 당시 BMW의 어떤 모델 보다도 낮게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3.0 CSL의 수직 키드니 그릴은 오마주 모델에서 더욱 길어지기보다 옆으로 넓어져 더욱 안정적인 비례를 갖게 되었습니다. 첨단 LED 기술과 레이저 조명이 적용된 헤드 라이트는 그릴과 연결되어 있어 전면 폭이 더욱 넓어보이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측면 사이드 윈도우에는 오리지널 3.0 CSL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크롬 가니시가 그대로 적용되었으며하단에 배치된 머플러는 오리지널 모델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콘셉트의 핵심은 후측면(Rear-Side)부분으로서, 리어 펜더 페널이 자연스럽게 리어 윙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테일라이트 역시 후면에서부터 리어윙까지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BMW는 “입체적인 후측면 조형미가 차량의 넓은 폭 을 더욱 강조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BMW는 2016년 콩로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에서 2002 오마주 콘셉트를 공개했습니다. 이 모델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생산된 고성능 컴팩트 쿠페인 02 시리즈를 재해석한 모델로서, 당시 BMW 그룹 부사장이었던 호이동크는 “2016년 기준, 정확이 50년 전 탄생한 이 소형 쿠페가 오늘날의 BMW를 만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디자인을 총괄했던 카림 하빕(Karim Habib)은 “이번 오마주 모델은 과거와 미래를 결합하고 운전의 즐거움을 표현한 모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2 오마주 콘셉트의 가장 큰 특징은 지면으로 낮게 누운 실루엣, 긴 휠베이스와 이와 대비되는 짧은 오버행 그리고 상어 코를 연상시키는 그릴입니다.

2002 오마주 콘셉트의 전면부는 프런트 펜더 패널에 위해 감싸져 있으며 전면 하단에는 거대한 스플리터가 적용되어 다운포스를 만들어냅니다. 헤드라이트는 금색의 반사광 내부에 배치되었는데, BMW는 “금색은 02 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하며, 여기에 반사된 노란빛은 과거 경주용 자동차에서 볼 수 있었던 노란 램프를 연상시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측면부에는 02시리즈의 시그니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크롬 스트립이 적용되었으며 이는 차량의 그린하우스와 펜더 패널을 시각적으로 분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측면 하단의 날카로운 엣지와 독특한 조형미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후면부 테일라이트는 블랙패널 내부에 위치하여 더욱 눈에 띄고 있으며, 상당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범퍼는 여러면으로 분할되어 있던 측면과 달리 시각적인 안정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02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번호판 옆에 배치된 로고 역시 이번 오마주 콘셉트에서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지금까지 BMW의 여러 오마주 콘셉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BMW는 이렇게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는 디자인에 매우 능통한 브랜드였습니다. 이렇기에 복고풍 디자인을 지양한다는 호이동크의 발언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데요, 과연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BMW 디자인이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DESIGN ANA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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