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슈퍼카’라는 타이틀과 함께 2005년 ‘역사상 가장 완벽한 100대의 차량 중 1위’에 선정된 자동차가 있습니다. 바로 고든 머레이의 명작 ‘맥라렌 F1’입니다.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 시속 386.4km/h를 기록한 F1은 엔초 페라리 보다 10년, 애스턴 마틴의 ‘One-77’보다는 무려 17년 전에 탄생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월등히 압도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1992년 재규어의 ‘XJ220’이 가지고 있던 최고 속도 349km 기록을 깨버리고 자연흡기 엔진의 최고 속도 기록을 다시 세웁니다.

1963년 브루스 맥라렌에 의해 설립되어 페라리에 이어 가장 성공한 F1팀이라 불리는 ‘맥라렌’. 그리고 천재적인 자동차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고든 머레이’. 오늘은 이 세계 최고의 팀과 엔지니어가 만나 탄생한 ‘맥라렌 F1’이 왜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슈퍼카가 되었는지, 이 모델의 각 요소들을 살펴보며 알아보겠습니다.


파워트레인

고든 머레이가 F1 모델을  제작할 당시 그와 맥라렌 팀은 혼다의 ‘Tochigi Research Centre’을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서 머레이는 혼다의 1세대 NSX를 시승하게 됩니다.

시승을 마친 머레이는 NSX의 편안한 승차감과 우수한 핸들링에 감동을 받게 되고,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쟁쟁한 슈퍼카들이 아닌 이 모델을 개발 중인 F1의 벤치마크로 삼게 됩니다. 원래 맥라렌 F1팀에 섀시를 공급해 주는 혼다였기에 머레이는 혼다의 550마력에 250kg밖에 나가지 않는 F1 용 엔진을 의뢰합니다.

하지만 혼다는 제안을 거절하였고 머레이는 결국  BMW에게 엔진을 공급받기로 합니다. 그렇게 BMW M의 엔진 전문가 ‘Paul Rosche’ 가 618마력, 266kg의 BMW S70/2 엔진을 만들게 되고F1 모델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실 F1 모델은 실제 금을 엔진 룸에 도금한 일화로 유명한데요. 이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머레이가 그 차량을 만들 당시 카본으로 만들어진 패널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었고, 특히 카본 모노코크 섀시는 역사상 처음으로 공도 용 슈퍼카에 쓰이게 됩니다. 하지만 카본으로 만들어진 요소들은 엔지니 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단열처리 방식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고심 끝에 머레이는 열 반사율이 높은 ‘금’을 카본 패널 아래 부착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16g’의 금이 엔진룸에 사용됩니다.

섀시 및 바디

앞서도 설명했듯이 맥라렌 F1은 역사상 최초로 공도 용 차량에 ‘CFRP 모노코크’ 섀시가 적용된 모델입니다. 모노코크 섀시란 자동차의 뼈대가 되는 프레임 없이 단일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말하는데요. 강성과 승차감이 매우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냥 모노코크 섀시가 아닌 CFRP 모노코크 섀시인데요. 여기서 CFRP는 ‘Carbon Fiber Reinforced Polymer’의 약자로, 쉽게 카본 섬유가 포함된 열 경화성 플라스틱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반 열 경화 처리된 플라스틱보다 더 단단하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신기술 덕분에 맥라렌 F1은 연료와 사람을 태우고도 약 2,500파운드, 환산하면 1300kg이라는 놀랍도록 가벼운 중량을 보여줍니다.

이 수치는 현대의 슈퍼카의 무게와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라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맥라렌 F1보다 13년 뒤에 나온 최첨단의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은 4100 파운드, 약 1800kg의 중량이며 2014년 나온 라페라리의 중량은 3500파운드로 약 1500kg입니다. 이 짧은 비교만으로도 고든 머레이가 무게 감량에 있어 얼마나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에어로 다이내믹

맥라렌 F1 모델은 에어로 다이내믹에서도 월등히 우수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모델의 공기저항 계수를 보면 그 능력을 체감할 수 있는데요. 맥라렌 F1의 공기저항 계수는 ‘0.32’로 이는 4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부가티 베이론의 0.36 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량이었던 SSC Ultimate Aero TT의 0.357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맥라렌 F1에는 다른 슈퍼카와 비교하여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리어 스포일러’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속도에 가깝게 매우 빠른 속도를 내는 스포츠카는 다운포스 생성을 위한 리어 스포일러가 필수처럼 여겨지는데요, 큼직한 스포일러가 없는 맥라렌 F1은 매끄러운 리어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멕라렌 F1은 자체 바닥 디자인과 리어 디퓨저로 다운 포스를 만들었지만, 고든 머레이의 히든카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는 386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에 필요한 다운 포스를 만들었을까요?

이 의문은 고든 머레이가 Brabham 팀에서 일했을 당시 설계했던 ‘Brabham BT46’ 차량을 보면 풀리는데요. 당시 머레이는 차량 후면에 엄청난 사이즈의 팬을 설치했습니다. 이 팬을 이용하여 그는 ‘그라운드 이펙트(Ground Effect)’라는 것을 증폭 시켰는데요. ‘그라운드 이펙트’란 팬을 통해 차량 아랫부분을 지나가는 공기를 빠른 속도로 배출시켜 지면과 차량 바닥 사이를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차체 바닥에는 진공의 상태로서 공기 압력이 거의 없는 저압력이 생성되고, 차체 윗부분은 빠른 속도로 공기가 흘러 고압력이 만들어져, 항공기 날개를 뒤집어 놓은 듯한 원리로 차량이 바닥에 붙게 되는 그야말로 엄청난 ‘다운 포스’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참고로 Brabham BT46을 이후로 F1에서는 그라운드 이펙트를 금지하게 되죠. 그만큼 엄청난 기술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동일한 기술이 바로 맥라렌 F1에 들어가게 됩니다. 후면부에 위치한 ‘Kevlar’라는 재질로 만들어진 두 개의 팬이 설치되어 그라운드 이펙트를 만들어냅니다. 참고로 ‘Kevlar’ 란 강도, 탄성, 진동 흡수력 등 뛰어나 진동 흡수장치나 보강재, 방탄재 등으로 사용되는 첨단 소재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기술과 첨단 소재의 사용을 통해 고든 머레이가 얼마나 위대한 차량을 만들고 싶었는지, 그의 열정과 고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내 디자인

맥라렌 F1의 실내는 그 독특한 구조로 유명한데요. 바로 운전석이 가운데 위치하고 탑승석 2개가 옆에 나란히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고든 머레이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운전자가 이 모델을 탑승하여 마치 진짜 F1을 타고 있는 것처럼 특별한 느낌을 받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최적의 무게 밸런스를 원했고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구조가 바로 2+1 시트 배열이었습니다.

실제 F1은 개발과정에서 드라이버의 신체 사이즈와 체형에 맞게 시트와 운전대의 위치를 정하고 맞춤 형식으로 제작이 됩니다. 이는 고든 머레이가 만든 맥라렌 F1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는데요.

가운데 위치한 운전자 시트는 생산과정에서 각 구매자들의 신체 수치와 체형을 파악하고 그들을 위한 맞춤 시트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운전대의 높이와 위치, 페달의 위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고, 결과적으로 운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들은 실제 F1처럼 다 맞춤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구매자들은 단지 빠른 슈퍼카를 얻는 것이 아닌 나에게 맞춰진 세상에 하나뿐인 ‘머신’을 갖는 느낌, 고든 머레이가 원했던 ‘특별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혼이 깃들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무엇인가를 이루어냈을 때, 그 업적을 보며 그 사람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전설적인 맥라렌 F1에 고든 머레이의 완벽한 슈퍼카에 대한 그의 진정한 열정과 혼이 담겨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엔진, F1에서 파생되어 나온 첨단 기술과 소재들 그리고 운전자 맞춤형 실내까지, 이 차의 모든 것에는 그의 뚜렷한 목적과 천재적인 엔지니어링이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이런 그의 ‘혼’이 들어가 있기에 30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웬만한 클래식카와 맞먹는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가 아닌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고든 머레이의 열정과 노력에 존경심을 표하며, 이상으로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