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페라리와 피닌파리나는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페라리의 첫 양산 V12 엔진이 적용된 250 모델부터 페라리가 458이탈리아를 마지막으로 자체 디자인팀을 설립하기 전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의 공생은 이어졌습니다.



피닌파리나는 이 기간 동안 100대가 넘는 페라리를 디자인하며 슈퍼카 디자인의 기초를 닦고 노하우를 길렀습니다. 그리고 2019년 그들의 모든 경험이 응축된 새로운 순수 전기 하이퍼카를 공개하게 됩니다. 바로 피닌파리나 바티스타입니다.


바티스타라는 모델명은 피닌파리나의 창립자인 바티스타 피닌파리나(Battista Pininfarina)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피닌파리나는 새로운 바티스타를 세계 최초의 럭셔리 전기 하이퍼 퍼포먼스 GT라고 칭하며 자신들의 모델에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피닌파리나는 바티스타를 두고 이탈리아 디자인만의 순수하고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차량의 엔지니어링을 위하여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역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위하여 성능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기능과 아름다움의 역설(paradox of beauty and performance)을 피닌파리나만의 이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모델이라고 밝혔습니다.

피닌파리나는 2019년 바티스타 공개 당시 피닌파리나 SpA 디자인 하우스가 9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도에 자사의 첫 번째 순수 하이퍼카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이며 출시가 이루어지면 내연기관은 따라올수 없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설명처럼 바티스타는 현존하는 내연기관 슈퍼카와는 비교가 안되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바티스타 내부에는 120kWh 용량의 배터리와 4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되었으며 합산 1900마력과 230kg.m의 토크를 발휘합니다. 강력한 전기 파워 트레인에는 피닌파리나를 인수한 마힌드라 그룹의 레이싱팀이 포뮬러 E에서 쌓아올린 노하우가 적극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바티스타는 2초 미만으로 100km/h에 도달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350km/h에 이릅니다. 또 각 휠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각각의 모터에는 최신의 토크 백터링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에너지 회생 제동 시스템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바티스타의 리튬이온배터리팩은 특별히 T자 형태로 배치되어 코너링 시에도 이상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하며 1회 충전으로 45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바트스타는 총 5가지의 각기 다른 주행모드를 통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주행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바티스타의 차체는 탄소 섬유 모노코크 섀시와 탄소 섬유 바디로 이루어져 있어 가벼운 무게와 더불어 견고한 내구성을 자랑하며 제동장치에는 전, 후면 390mm 디스크의 카본 세라믹 6 피스톤 브레이크가 탑재되었습니다. 또한 바티스타에 탑재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1,000시간에 달하는 가상 주행 테스트를 통해 그 성능을 입증받았으며 전, 후면에는 각각 20, 21인치 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바티스타의 디자인은 ‘연결’이라는 단어로 함축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 특히 슈퍼카 디자인의 명가답게 피닌파리나 SpA 디자인 하우스는 불필요한 선과 면은 줄이고 최대한 간결하게 외관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바티스타 외관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차량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는 캐릭터 라인입니다. 일반 자동차들이 주로 캐릭터 라인을 측면부에만 한정시키는 것과 달리 피닌파리나는 이를 자동차 전체로 확장시키며 전면, 측면 그리고 후면의 시각적인 경계를 허물고 모두 하나로 연결시켰습니다.

전면부터 살펴보면, 양 펜더 상단에 위치한 헤드 램프는 두 줄의 선으로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전면 하단에서 헤드램프로 향해 올라가는 선이며 다른 하나는 후드에 위치한 라이트 바입니다. 사실 전자는 선이라기보다는 공기역학을 위하여 피닌파리나가 면과 면 사이에 공백을 둔 에어 덕트에 더 유사합니다.



해당 구멍을 통과한 공기는 후드 중앙의 메인 덕트로 흐르게 되며 자연스럽게 차량을 아래로 눌러주는 다운 포스를 발생시킵니다. 후드 상단의 라이트바는 바티스타만의 독특한 조명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며 자칫 두꺼워 보일 수 있는 후드 면을 적절하게 분할시키고 있습니다.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전면의 상단과 하단 에어인테이크의 경계선부터 시작하게 되며 측면을 지나 후면에서 거대한 날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면부터 후면까지 하나의 선이 가로지르는 형식은 과거 피닌파리나에서 페라리를 주로 전담했던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F40과 F50 모델을 살펴보면, 하나의 직선이 전면부터 후면까지 이어지며 차량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피오라반티는 해당 라인을 기점으로 상단에 볼륨감 있는 면들을 배치하여 페라리만의 우아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피닌파리나 디자이너들은 동일한 라인을 바티스타 측면에 배치했지만 해당 선을 기점으로 하단부에 볼륨감을 불어넣어 피오라반티 디자인과 차별성을 만들어냈으며 피오라반티가 해당 라인을 심미적인 요소로 활용했던 것과 달리 피닌파리나 디자이너들은 이 라인을 후면부에서 리어 스포일러라는 기능적인 요소로 변화시켰습니다.

후면의 리어램프는 스포일러와 일체형으로 연결되어 있어 도입부에서 언급한 심미성과 기능성의 훌륭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얇은 직선의 램프를 통해 날카로운 인상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바티스타의 실내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외관 디자인의 키워드가 연결이었다면 내부 디자인의 키워드는 대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을 기점으로 주행 상황과 차량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가 좌,우 대칭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도어 패널과 센터 콘솔의 디자인 역시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피닌파리나는 두선이 한곳에서 모이며 소실되는 소실점(1점 투시에 해당)를 예로 들면서 가운데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디스플레이와 대시보드 디자인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피닌파리나는 대칭적인 디자인을 통해 운전자가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었으며, 물리적인 버튼을 최소화하고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직관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피닌파리나는 심미성과 기능성 모두를 아우르는 정교한 디자인 큐와 내연기관은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파워 트레인으로 디자인과 성능 모든 면에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과연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바티스타를 실제로 마주칠 수 있을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