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피닌파리나는 미국 페블 비치(Pebble Beach) 행사에서 새로운 원 오프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롤스로이스 팬텀 드롭헤드 쿠페(Rolls-Royce Phantom Drophead Coupe)를 바탕으로 한 ‘하이페리온(Hyperion)’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거인 중 한 명인 하이페리온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 모델은 자동차 수집가인 홀랜드 홀(Roland Hall)의 의뢰에 의해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그는 자신의 드롭헤드 쿠페를 1930년대의 호화로운 자동차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를 원했습니다.

그의 의뢰에 의해 시작된 하이페리온은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1951 롤스로이스 실버 던(Silver Dawn)과 1975 롤스로이스 카마규(Camargue) 쿠페의 유산을 이어갈 새로운 모델로서, 그간 피닌파리나가 쌓아 올린 디자인,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차량입니다.

의뢰자의 요구에 맞게 1930 년대의 자동차 디자인 분위기를 내기 위하여 피닌파리나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은 우선 차량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400mm 더 뒤로 이동시키고 기존의 뒷좌석을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은 과거 클래식카같이 길고 장엄한 보닛을 만들 있었는데요, 대신 프런트가 길어진 만큼 리어 오버행은 상대적으로 짧아졌습니다.

피닌파리나 디자이너들은 없어진 뒷좌석 공간을 새롭게 설계된 소프트톱의 수납공간으로 활용했으며, 윈드 스크린 앞에는 사냥 도구나 스포츠 장비를 둘 수 있는 두 개의 여분 수납공간도 만들어 사용자의 편의를 높였습니다.

프런트 디자인은 그릴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새롭게 디자인되었습니다. 특히 헤드램프의 형태가 완전히 새로워졌는데, 기존 드롭 헤드 쿠페의 직사각형과 원형 램프의 조화를 없애고 거대한 하나의 램프를 만들었습니다.

피닌파리나 디자이너들은 더욱 커지고 길어진 헤드 램프를 통해 스포티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릴 하단의 범퍼 디자인 역시 기존 드롭 헤드 대비 더욱 단순하고 재미있는 형태로 새롭게 제작되었습니다

급진적인 디자인 변화는 사이드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수평적이고 차분한 느낌이 강했던 기존 모델의 느낌을 없애버리고 강한 인상의 캐릭터 라인이 추가되었습니다. 특히 프런트 휠 아치 앞쪽에서부터 리어 하단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라인이 사이드를 감싸고 있는데요.

이를 보고 디자이너들은 “전에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인 사선을 추가함으로써, 차량이 정지해 있었도 속도감과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강한 캐릭터 라인과 더불어 차량 하단의 웨이스트 라인 역시 매우 두껍게 디자인되어 사이드 디자인이 더욱 입체적인 보이게끔 하고 있습니다.

리어 디자인은 요트의 형태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되었는데요, 요트의 뒷부분처럼 하이페리온 트렁크 부분은 기존 모델에 비해 매우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리어 램프는 더욱 가늘고 길게 디자인되어 세련미를 더했습니다.

피닌파리나 디자이너들은 하이페리온 리어 디자인을 보고 “피닌파리나가 과거 디자인한 베를리네타(berlinettas)의 뒤 모습이 연상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바뀐 외관과 반대로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내에서도 하이페리온만의 새로움 요소가 숨어 있는데요, 이번 모델의 대시보드에는 제라 페리고(Girard-Perregaux)에서 제작한 특별 시계가 설치되었습니다.

피난파리나는 스위스의 유서 깊은 시계 브랜드 제라 페리고와 협력함으로써 럭셔리함을 한 단계 더욱 높이 끌어올렸다고 밝혔는데요, 제라 페리고는 ‘Vintage 1945 Tourbillion with gold bridge’라는 이름의 하이페리온 맞춤 시계를 제작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Vintage 1945 Tourbillon 모델에 골드 브릿지(gold bridge)가 추가된 이 맞춤 시계는 72개의 소수 부품들과 제라 페리고의 장인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특히 이번 시계가 특별한 이유는 언제든 하이페리온의 대시보드에서 분리되어 손목에 장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교한 스프링 볼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는데요, 피닌파리나는 이러한 구조에 대해 “하이페리온의 의뢰자가 차량에 탑승하지 않을 때도 피닌파리나만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라며 “시계가 단지 차량 안에 장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차량과 소유자를 이어주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피닌파리나의 특별할 롤스로이스인 하이페리온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피닌파리나는 이미 과거에 여러 롤스로이스를 디자인한 경험이 있는만큼 능숙하고 개성 강한 모델을 만들었는데요, 특히 뒷좌석을 완전히 없애고 소프트톱을 새롭게 개발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과연 피난파리나가 다시한번 롤스로이스 모델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면 어떤 디자인이 탄생할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디자인 해부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