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맥라렌은 ‘스피드테일’을 공개했습니다. 맥라렌 최상위 라인업인 P1과 세나를 잇는 세 번째 얼티밋 시리즈 모델입니다. 맥라렌은 2025년까지 18개의 신규 및 파생 모델을 출시하고 모두 하이브리드화할 예정인데, 그중 가장 첫 번째로 선보이는 모델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스피드테일입니다.

이름처럼 정말 긴 ‘꼬리’를 가진 스피드테일은 엄청난 가속력과 낮은 저항 계수를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2019년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최종적으로 열린 최고 속도 테스트에서 403km/h를 30번이나 기록하며 자사가 보유한 F1의 391km를 뛰어넘었습니다.


스피드테일의 길이와 높이는 각각 5,136mm, 1,120mm입니다. 이는 1997년 맥라렌 F1 GT Longtail과 동일한 수치이며 특히 5,136mm의 길이는 S 클래스 리무진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제원상으로도 이 차가 얼마나 길고 낮은 차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성능을 살펴보면 왜 ‘하이퍼’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피드테일은 4.0ℓ 트윈터보 V8 가솔린 엔진 및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으로 최고출력 1050마력을 자랑합니다.

맥라렌은 그들의 첫 번째 하이브리드 슈퍼카 P1의 파워 트레인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스피드테일에 적용하였습니다. 표뮬러E 레이싱 기술이 들어간 전기모터는 230kW의 힘을 발생시키며 무게당 전력비가 1kg에 8.3kW에 달하는데, 이는 일반 스포츠카의 2배에 달하는 성능입니다. 스피드테일은 고속주행 시 ‘벨로시티 모드’를 통해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을 최적화하고 후방 에일러론(일종의 플랩) 각도를 조정할 수 있으며 ‘벨로시티 액티브 섀시 컨트롤’을 통해 차체를 35mm 가량 낮추어 차량을 바닥에 완전히 밀착 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기술의 조합으로 스피드테일은 정시 상태에서 300km/h까지 단 12.8초 만에 돌파할 수 있습니다. 맥라렌 P1의 기록인 16.5초보다 3.7초 단축된 것이며 1500마력의 부가티 시론의 13.1초보다 빠른 수치입니다.


스피드테일의 개발과정은 세나와 거의 유사합니다. 낮은 공기 저항 계수와 엄청난 속도라는 개발 목적도 비슷한데요. 하지만 맥라렌 디자이너들은 세나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스피드테일을 디자인하였습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Elegance(우아함)’였습니다. 차체에 많은 에어 인테이크와 날개가 들어가 있는 세나의 디자인은 우아함과는 확실히 거리가 먼 디자인이었습니다.

떨어지는 물방울
모양의 차체 디자인

맥라렌 디자이너들은 이 단어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프로파일을 ‘떨어지는 물방울’ 모양으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앞은 둥글지만 뒤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형태가 떨어지는 물방울 형태와 유사한데요. A 필러를 기점으로 루프 라인이 급격하게 뒤로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이 라인은 리어 휠 아치 뒷부분에서부터 가파르게 올라오는 차체 면과 만나 뾰족한 리어 디자인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물방울처럼 둥글고 매끄러운 차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들은 최소한의 에어 인테이크 홀을 만들었으며 에어로 다이내믹스를 위해 차체 바닥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이런 형태에 대해 맥라렌 디자인 디렉터 Rob Melville는 인터뷰에서 “사실 정해진 디자인 철학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하며 경량화와 최소한의 공기 저항을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고심하며 차체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합니다.

공기 저항
감소를 위한 요소

맥라렌 디자이너들은 최소한의 공기 저항을 위해 프런트 휠 위에 휠 커버를 설치했습니다. 주된 기능은 휠 스포크와 아치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방지하는 것 입니다.
휠 커버는 카본으로 만들어지며 고정식으로 되어있어 바퀴가 움직여도 가만히 있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커버에 구멍을 뚫어 공기와 브레이크 열이 방출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공기저항 감소를 위해 사이드미러도 재설계 되었습니다. 기존의 방식처럼 거울을 사용하고 도어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차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공기 저항 감소를 노렸습니다.

파팅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리어 패널

스피드테일의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리어 패널(정확한 명칭은 ‘Clamshell’)입니다. 도어 패널 이후부터 시작되는 이 패널에는 파팅라인이 하나도 없습니다. 멕라렌 디자이너들은 파팅라인에 의한 공기 저항을 고려하여 리어 부분의 패널을 분리되는 면 없이 하나의 거대한 판으로 디자인하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리어 부분에 위치한 2개의 에일러론(플랩)입니다. 일반적으로 차체 면과 플랩 부분은 따로 분리되어 설계되지만 스피트테일에서는 이 부분도 일체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체형인 특성상 플랩이 움직이면 붙어있는 차체 면이 구겨지기 마련인데 너무나 매끄러운 모습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실 스피드테일의 거대 리어 패널은 맥라렌 모델에서 가장 큰 패널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우아한 형태의 스포츠카를 그려내려 노력한 디자이너들의 고집 덕분에 우아하고 매끄러운 느낌이 더욱 살아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1+2
시트 구조

맥라렌에게 스피드테일은 자사의 전설적인 모델 ‘F1’의 뒤를 잇는 후계자 모델입니다. F1은 성능도 성능이지만 독특한 시트 구조로도 유명했습니다. 고든 머레이의 치밀한 무게 배분 계산으로 탄생한 1+2 시트 구조는 독특하면서도 매우 현명한 설계였습니다.

스피드테일도 맥라렌과 동일한 1+2 시트 배열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본 파이버 모노 케이지 위에 설계된 이 시트 배열은 스피드테일을 주문한 사람들의 각 수치에 맞춰 비스포크 방식으로 생산되었습니다. 고든 머레이가 추구했던 비스포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맥라렌은 생산방식에서도 F1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소재와
레이아웃

실내에는 ‘아날린(aniline)’ 이라는 가죽이 사용되었습니다. 가죽의 질감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 수용성 염료로 염색된 이 가죽은 가벼운 무게 덕분에 경량화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대시보드 하단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가죽은 바닥을 거쳐 양쪽 시트를 덮고 있습니다. 사실 양 옆 시트 아래쪽에는 수납공간이 존재하는데, 맥라렌 디자이너들은 이 부분과 시트를 하나의 가죽으로 덮어 끊어짐 없이 일체형의 매끄러운 시트 느낌을 의도했습니다.

스피드테일의 대시보드는 완전히 디지털화되었습니다. 대시보드 중앙 스크린은 속도와 같은 주행 정보, 왼쪽은 내비게이션 그리고 오른쪽은 핸드폰 연결과 같은 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시보드 양옆에는 2개의 스크린이 존재하는데 이 스크린은 사이드 카메라와 연결되어 있어 기존 사이드 미러 역할을 수행합니다.

‘화살촉’에서 영감받아 만들어진 이 대시보드는 상단에 가운데로 모아지는 듯한 형태의 criss-cross 패턴이 있어 운전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중앙 스티어링 휠과 스크린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엔진 스타트 버튼 등 주행에 필요한 물리적인 버튼 모두 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경량화를 위해 최소한의 사이즈로 제작된 대시보드를 대신하여 잔여 공간인 천장에 버튼들을 배치 한 것입니다. 전동식 도어, 벨로시티 모드 등 차량과 주행에 관한 모든 것은 이 버튼들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전자식
불투명 유리

스피드테일의 천장은 유리로 덮여 있습니다. 경량화에 이점을 주고 탑승자에게 넓은 개방감을 주는 이 유리에는 Electric Chromatics 기능이 있습니다. 유리에 전기가 흐르면 유리의 색이 바뀌는 것입니다. 천장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전기가 흐르면서 유리가 불투명해집니다. 정확한 기능은 나와 있지 않으나 자외선 차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출시 당시 맥라렌 F1은 스포츠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모델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명성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현재 가치는 대당 100억을 뛰어넘었습니다. 맥라렌은 스피드테일을 통해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한 번 더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스피드테일은 403km의 엄청난 속도까지 기록하며 맥라렌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이브리드화되는 모델들은 얼마나 더 강력한 성능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