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자동차 디자인 해부학입니다.
최근 레트로 디자인의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의 오펠이 만타 출시 50주년을 기념한 만타 GSe 일렉트로모드 쿠페를 공개하며 다시한번 레트로 디자인에 불을 붙혔습니다. 새로운 전동화 시대 속 다양한 브랜드들이 레트로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 디자인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혼다 e’ 입니다.
혼다 e는 작년 출시된 혼다의 첫 전기차입니다. 매우 레트로한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사실 혼다는 꽤 오래전부터 해당 디자인을 준비했습니다. 그 출발점이 되는 모델은 2017년 공개된 어반 EV(Urban EV) 콘셉트입니다.

혼다의 새로운 전동화 플랫폼을 통해 제작된 이 어반 EV 콘셉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심형 전기차의 성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차량의 크기가 매우 작은데, 전체적인 전장은 혼다의 재즈 보다도 무려 100mm 더 짧았습니다.
차량의 전체적인 프로파일은 매우 고전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혼다의 시빅을 연상시키는 프로파일은 레트로 디자인의 느낌을 한층 더 강조하고 있는데, 반면 세부적인 디테일들은 매우 이와는 정반대의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면의 그릴입니다. 사실 디자인 자체가 매우 간결하고 컴팩트하여 해당 디스플레이가 전면 디자인의 전부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디스플레이는 동그란 형태의 클래식한 헤드 라이트 그래픽을 선보이며, 중앙에는 혼다의 엠블럼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측면에는 매우 얇은 A필러가 배치되어 운전자의 더욱 원할한 시야 확보를 도모했으며, 도어 패널 하단에는 배터리의 잔량을 표시해주는 그래픽이 배치되었습니다. 또한 효율적인 공기 역학을 위하여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적용되었으며 곡선의 DLO의 형태가 부드러운 인상을 자내고 있습니다. 후면에는 전면과 동일하게 디스플레이로 꾸며져 있으며, 사각형의 테일라이트 그래픽은 3D 형태로 디자인되어 적절한 깊이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반 EV 콘셉트의 외부가 클래식한 느낌을 자아냈다면, 내부는 이와 정반대의 현대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플로팅 형태의 대시보드와 상단에 배치된 거대한 디스플레이입니다. 도어 패널에도 디지털 사이트 미러와 연결된 긴 디스플레이가 추가되어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으며, 내부 시트는 기존과 다르게 일반 소파와 같이 일체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특히 어반 EV 콘셉트에는 혼다 오토메이트 네트워크 어시스트(Honda Automated Network Assistant)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탑재되었는데, 혼다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이 시스템이 탑승자 목소리에 숨은 감정까지 감별해낼 수 있다고 말하며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더욱 지능적으로 운전자를 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반 EV 콘셉트가 공개 된 2년 후 혼다는 이 콘셉트를 더욱 현실적으로 다듬어 혼다 e 콘셉트를 발표합니다.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혼다 e 콘셉트는 혼다의 일렉트릭 비전(Electric Vision)을 실현하기 위한 중추가 되는 모델로서, 어반 EV 콘셉트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킨 차량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어반 EV 콘셉트와 유사하게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양산을 염두하고 디자인된 모델인 만큼 어반 EV에서 볼 수 있었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현실적으로 바뀌었는데, 기존 디스플레이 그래픽으로 표현되던 헤드 라이트는 실제 라이트로 대체되었습니다. 하지만 동그란 형태는 그대로 계승되었죠.

측면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습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동일하게 적용되었지만, 부드러운 곡률이 인상적이던 DLO의 형태는 직선적으로 바뀌어 다소 차가운 느낌을 자아내며, 도어 패널 하단의 배터리 잔량 그래픽은 사라졌습니다. 후면도 전면과 동일한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내부 역시 더욱 현실적으로 다듬어졌습니다. 기존 플로팅 형식의 대시보드 디자인과 거대한 디스플레이는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도어 패널에 위치해 있던 디지틀 사이드 미러용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로 새롭게 이동했습니다.
라운지 형식의 소파 디자인은 일반적인 시트의 형태로 바뀌었지만, 최대한 어반 EV 콘셉트의 느낌을 계승하기 위하여 시트 소재를 멜란지 스타일의 소파 패브릭이 활용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혼다는 혼다 e 콘셉트 내부에서 라운지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죠.


그리고 2020년 마침내 혼다는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인 혼다 e를 출시했습니다. 비록 가장 원형이 되는 어반 EV 콘셉트 이후 약 3년만의 다소 늦은 출시였지만, 두 콘셉트의 디자인을 최대한으로 유지하며 실제로 출시했다는 점에서 혼다가 단지 보여주기 식으로 콘셉트를 제작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르노 5 프로타입을 공개한 르노,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를 전시 중인 현대, 뉴트로 디자인이 적용된 닛산 Z 프로토를 공개한 닛산 그리고 에이스라는 이름의 신형 전기차를 공개한 신생 기업 알파 모터 코퍼레이션 등 다양한 자동차 회사들이 레트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모델들이 사진상으로만 공개되거나 프로토타입 혹은 콘셉트 모델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 혼다 e와 가장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 역시 전시 목적으로 제작되어 더욱 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과연 여러 브랜드들이 혼다 e와 같이 실제 양산 모델에서도 레트로 디자인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을지 기대해보며 글 마치겠습니다. 자동차 디자인 해부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DESIGN ANA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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