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동차 디자인 해부학 입니다.
요즘 네이버 자동차판을 보면 아이오닉 5의 디자인 및 기능들을 소개하거나 시승기를 다룬 기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국내 첫 순수 전기차인 만큼 대중들의 관심은 뜨거웠고 디자인 역시 레트로와 현행 현대 디자인 철학이 적절히 조화되며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현대는 이러한 기세를 이어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린 첫 디자인 전시 프로그램인 ‘리플랙션 인 모션(Reflection In Motion)’의 일환으로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기존 포니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오닉 5와 다르게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는 1975년 포니의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라이트 및 실내에서만 현대의 현행 디자인 큐들이 적용되었죠.
과거의 추억과 즐거운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레트로 디자인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듯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외관이 이쁘다”, “실제로 출시되면 세컨카를 사고 싶다”, “현대 디자인 중에 오랜만에 마음에 든다”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2019년 공개된 45EV 콘셉트부터 시작하여 현재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현대가 초점을 맞춘 ‘레트로한 감성’은 대중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출시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들의 니즈와 다르게 현대는 자사의 두 번째 전기차에서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늘 자동차 디자인 해부학 시간에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현대의 두 전기차 디자인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아이오닉 5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면, 아이오닉 5 디자인의 핵심은 단연 ‘레트로’입니다. 아이오닉 5의 기반이 된 45EV 콘셉트 역시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포니 콘셉트의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탄생한 모델이었죠. ’45 콘셉트 – 아이오닉 5 – 헤리티 포니 시리즈’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의 중심에는 ‘현대의 과거 헤리티지’가 있는 것입니다.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의 줄임말인 레트로의 사전적 의미는 ‘과거를 회상하다’입니다. 현대 역시 45EV 콘셉트에서 1974년 포니 콘셉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선보였죠. 단순한 면 구성과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선의 느낌은 기존 포니 콘셉트의 디자인을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여기에 현대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트니스 아래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 테마가 적용되어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죠.
사실 45EV 콘셉트 이전까지 현대의 콘셉트카 역사에서는 자신들의 역사를 회상하고 기념하는 성격으로 제작된 모델은 드물었습니다. 항상 그 시대 속 기업의 디자인 철학에 따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조형 요소들을 선보이며 미래로 달려가는 모델들이었죠. 45EV 콘셉트 이전에 공개된 가장 최신의 콘셉트카인 ‘비전 T 콘셉트’역시 센슈어스 스포트니스 철학 기조 아래 파라메트릭 히든 쥬얼 램프 등을 선보이며 미래지향적인 성격이 강한 모델이었습니다.
현대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첫 전기차의 기반이 되는 45EV 콘셉트에서 드디어 자신들의 역사를 회상하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현대는 45EV 콘셉트 소개사에서 “과거를 들여다 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문구를 남겼는데, 기업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전기차 시대에서 상징적인 모델 ‘포니’의 디자인을 활용하며 이제까지 브랜드 역사를 되돌아보고 기업의 유산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또한 레트로한 디자인은 전기차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데도 큰 몫을 했습니다. 아직 경험된 바가 없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이미 대중들에 친숙한 디자인을 통해 다가간 것인데, 현대는 과거를 오마주하는 레트로 디자인을 통해 자신들의 수십년간 역사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전기차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현대는 ‘과거’를 활용하여 브랜드 첫 전기차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습니다. 이에 더하여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를 공개하며 레트로 디자인의 화룡점정을 찍었죠. 위에서도 언급한 대중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현대의 레트로 디자인에 대한 성공적인 결과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자사의 두 번째 전기차 디자인에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첫 번째 전기차의 핵심이 ‘오마주’였다면 두 번째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기술 혁신’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다음 전기차의 바탕이 될 프로페시 콘셉트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프로페시 콘셉트 외관 디자인의 주 핵심은 공력성능 향상입니다. 매끄러운 차체 면과 프로파일, 그리고 휠 역시 에어로 다이내믹에 이점이 되는 블레이드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심지어 포르쉐 911과 같이 루프라인은 트렁크 데크와 일체형으로 이어져 있으며 여분의 스포일러도 배치되었습니다.
차량 내부는 더욱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풍기는데,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 조차 없어졌습니다. 대신 도어패널과 센터 콘솔에 위치한 조이 스틱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내 전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휴식 모드 시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통해 탑승자는 어떠한 디스플레이의 방해 없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프로페시 콘셉트에는 현대의 새로운 도전들이 담겨 있습니다. 양산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한 것은 45EV 콘셉트와 다르게 차량 디자인과 기능들이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프로페시’라는 모델명 역시 ‘암시하다’라는 뜻을 가지며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미래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져 있죠.
프로페시가 2023년 출시될 전기 중형 세단의 바탕이 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에서 대중들이 염원했던 레트로 디자인은 현실적으로 반영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오히려 아이오닉 5로 전기차에 대한 ‘입문’을 마치 현대는 디자인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모두 본격적으로 미래를 향해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페시 콘셉트는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와 동일하게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 위치해 있는데, 차량의 배치 역시 건물 도입 부분에는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가 있으며,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오면 프로페시 콘셉트가 위치해 있죠. 마치 과거에서부터 미래로 향하는 동선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레트로한 감성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아가기 원하는 현대가 과연 더욱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을 통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해보며 글 마치겠습니다. 자동차 디자인 해부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DESIGN ANA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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