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에 단 한대 밖에 없는 비스포크 팬텀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롤스로이스 팬텀 세레니티(Serenity)’입니다. 고객 요구에 맞춰 제작된 이번 세레니티 모델의 외-내관은 기존 디자인과 동일하게 유지되었지만, 외부 페인트와 내부 소재는 완전히 새롭게 개발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롤스로이스의 전 디자인 디렉터 자일스 테일러(Giles Taylor)는 “1900년대 클래식 롤스로이스의 인테리어를 다시 살펴보고 이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롤스로이스 고객이 기존과 다른 차원의 인테리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라며 전반적인 목표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천연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였습니다. 기존 팬텀의 가죽도 이미 충분히 고급스러웠지만 롤스로이스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럭셔리를 더욱 부각시켜줄 수 있는 소재를 찾았는데, 바로 최고급 직물 중 하나인 천연 실크였습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부서의 디자이너인 ‘미셸 러스비(Michelle Lusby)’는 가장 고급스러운 실크를 동양의 부유한 상인들의 옷 등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동양의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같은 부서의 또 다른 디자이너인 ‘체리카 헤이(Cherica Haye)’는 ‘과거 동양의 황제들은 자신들의 개인 정원을 가지고 있었고 수많은 꽃들 사이에서 평온하게 휴식을 가졌다.”라며 “이것은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롤스로이스의 실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세레니티는 동양의 문화를 적극 수용해서 만들어졌는데요, 우선 롤스로이스는 최상의 실크를 만들기 위하여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비스포크팀은 중국 소주(Suzhou)에 방문하여 천연 실크 실을 공급받았고 현지에서 오랜 기간 실크를 만들어온 장인의 손길을 통해 이 실을 염색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이를 영국 에식스(Essex)에 위치한 공장으로 옮겨 수작업으로 실을 짰습니다. 세레니티의 인테리어를 다 덮으려면 무려 10m가량의 실크가 필요했는데, 공장의 장인들은 1m에 두 시간 정도를 소요하며 총 이틀에 걸쳐 실크를 제작했습니다. 제작 당시 다양한 색상의 실크 실을 날실과 혼합하여 짰는데, 1cm 당 140여 가닥의 실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스모크 그레이(Smoke Grey)’라는 아름다운 단일 색상의 원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실크는 런던으로 옮겨져 러스비와 체리카가 디자인한 꽃 모양이 입혀졌습니다. 실크 위에 꽃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영국과 중국 장인들에 의해 공동으로 진행되었으며, 구리 색상의 나뭇가지와 흰색과 핑크색의 꽃잎 등 동양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식물들이 그려졌습니다.

롤스로이스는 “이러한 작업이 마치 명상을 하듯 매우 평온한(Sereniy, 세레니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두 나라의 장인들은 꽃이 진짜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세레니티는 이상적인 조건과 최고의 장인들 아래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내부 패널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무려 600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롤스로이스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차량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만의 럭셔리는 실크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어 패널, 좌석 하단부 그리고 메인 대시 보드까지 인테리어의 여러 부분에는 희귀한 소재 중 하나인 벚나무(Cherry Wood)가 사용되었습니다. 많은 목재 중 벚나무를 사용한 이유는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벚나무를 사용하여 실크와 함께 동양적인 컨셉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인테리어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는데, 단단한 느낌의 목재와 부드러운 실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크로스 밴딩(Cross Banding) 기법이 사용된 대나무도 함께 들어가 있어 소재의 다채로움을 더했습니다. 앞 좌석은 뒤편과 다르게 ‘알틱 화이트(Arctic White)’라는 색상의 가죽으로 덮여 있으며, 여러 수납공간과 바닥의 시트 또한 동일한 소재로 마감되었습니다.

엄청난 공을 들인 내관과 같이 외관에도 롤스로이스만의 럭셔리가 입혀졌습니다. 외관에 칠해진 페인트트의 이름은 ‘마더 오브 펄(Mother of Pearl)’로서, 한국어로 풀이하자면 ‘진주의 원조’라고 해석할 있습니다. 흰색 바탕에 다양한 색상을 오묘하게 발산하는 진주같이 이 페인트도 흰색과 핑크빛이 섞인 영롱한 색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롤스로이스는 이러한 색감을 만들기 위하여 총 3단계의 ‘진주 효과’가 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페인트의 광택을 위하여 영국 굿우드(Goodwood)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본사 장인들이 12시간 동안 공을 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롤스로이스의 시그니처 요소라 할 수 있는 ‘코치 라인’에도 세레니티만의 개성이 추가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줄로 그어지는 것과 다르게 세레니티의 라인은 두 줄로 제작되었고 실내와 통일된 3가지의 색상이 사용되었습니다.

롤스로이스에서 코치 라인을 담당하는 마크 콜트(Mark Court)에 의해 만들어진 이번 코치 라인은 여분의 꽃 그림과 함께 마감되어 있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롤스로이스 팬텀 세레니티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롤스로이스는 2015년 이 모델을 발표하면서 “비스포크 시스템은 롤스로이스가 2014년 전 세계적으로 31% 더 성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2015년까지 판매된 롤스로이스 모델 중 81%가 비스포크 디자인과 함께 출고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은 10대 중 8대의 롤스로이스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롤스로이스는 자사의 비스포크 시스템을 최대로 활용하여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럭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과연 세레니티와 같이 기존과 완전히 차별화된 비스포크 모델이 다시 한번 등장할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디자인 해부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