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디자인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2010년부터 페라리 디자인을 이끌어 오고 있는 Flavio Manzoni(플라비오 만조니, 이하 만조니)입니다.

그는 1965년 이탈리아 출생으로 University of Florence에서 건축을 전공하였습니다. 이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피아트 그룹의 총괄 디자이너 역임 후 2007년 폭스바겐으로 옮겨 스코다, 벤틀리, 부가티 등 폭스바겐 산하 여러 브랜드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그는 페라리 총괄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페라리 디자인에 논하기 앞서 그는 “우리는 디자인 및 컨셉설정 초기 단계에서 매우 학제적인(여러 학문 분야에 관련된) 접근을 시도하는데 이러한 비옥하고 수평적인 사고가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가져다준다”라고 이야기하며 현재의 페라리 디자인 팀에서 어떤 태도와 철학으로 작업을 시작하는지 설명하였습니다.

예시로 그는 F8 트리뷰토 모델의 엔진 커버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면에 구멍이 뚫린 듯’한 이 디자인을 보고 그는 이탈리아 화가 ‘루시아 폰타나’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였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라페라리 디자인을 회상하며 “외관과 내관이 하나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시도했으며, 심지어 기계적인 부품들과 그걸 감싸는 외관의 면 또한 하나”라며 이야기합니다. 이 차의 각 요소들은 공기 흐름을 고려하며 영국 조각가인 ‘Anish Kapoor’ 와 독일 수학자인 ‘Bernhard Riemann’의 4차원 기하학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합니다.

만조니는 라페라리의 하드코어 버전인 FXXK의 유기적이고 다이내믹한 면 또한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Umberto Boccioni’의 미래지향적 형태와 공간의 지속성을 인용하여 디자인했다고 말하는데요.

그는 디자인에서 이러한 ‘Reference(참조)’는 명쾌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속에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합니다.

2017년 페라리는 일본과의 관계 50주년을 기념하여 J50이라는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만조니는 이 모델에서 ‘면들이 부분적으로 겹쳐지는’ 건축적인 접근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겹쳐지는 형태가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 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J50을 포함한 최근 개발된 모델에서는 항공기나 F1 같은 최첨단의 Vehicle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만조니는 ‘FXXK Evo’의 특정 요소들도 항공기의 형태를 참고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특히 Evo 버전의 중앙 ‘핀’은 항공기의 수직 방향키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는 소련 태생 작곡가 ‘Prokofiev’의 멜로디를 재해석하여 나온 Sting의 노래 ‘Russians’을 예로 들며 그림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디자인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통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자동차를 디자인할때 동물이나 건축물 혹은 자연에서 그 소재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음악이라뇨, 조금은 생소한 접근법입니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페라리의 디자인을 보면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모델이 2019 ‘Ferrari Monza Sp1’이기 때문이죠. 기존의 멜로디를 재해석하여 만들어진 스팅의 음악과 같이 Monza Sp1 또한 1950년대의 레이싱 모델 Monza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만조니는 이 모델을 보고 “페라리 레이싱 혈통이 녹아들어 있는 모델과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특별한 조합”이라 말합니다. 첨단 기술과 예술 작품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의 영감 말고도 과거에 이미 존재하는 형태에서도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조니입니다.

그는 디자인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어떠한 영감을 받을 때, 그 영감이 공식적으로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는 Ferrari Portofino 모델과 Ferrari 365 GTB/4 모델을 언급하며 그의 생각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만조니는 포르토피노 구상 시 365GTB 모델을 참고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정확히 365GTB 모델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닌 ‘보닛부터 리어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비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하드탑을 닫았을 때는 완벽한 쿠페 라인, 하드탑을 열었을 때는 아름다운 스파이더의 비율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고 말합니다. 짧은 오버행과 매우 낮고 넓은 리어 디자인이 매우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죠. 그리고 동시에 페라리답게 아름다워야’만’ 했습니다.

만조니는 그의 디자인 철학의 마지막 챕터로 최신 모델 SF90과 함께 공기역학과 엔지니어링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그는 먼저 공기역학적인 형태 자체가 하나의 개성을 가진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엔진이나 변속기의 위치 등을 정하는 ‘테크니컬 패키징’이 단지 ‘디자인을 입히기’ 위한 기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비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합니다. 공기역학과 엔지니어링이 디자인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 아름다움을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SF90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입니다. 만조니는 미드십 엔진과 하이브리드 부품들로 인해 탑승자 공간인 ‘Cab’이 좀 더 전진 배치되었고 그로 인해 더 가늘고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리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의해 결과적으로 더욱 진보된 디자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만조니와 그의 디자인 팀은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수많은 걸작을 탄생 시켰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모델을  발표할 때마다 진보된 아름다움을 선보이며 왜 페라리가 슈퍼카 디자인의 최정상에 위치해 있는지 증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방대한 연구와 그것을 디자인으로 실현시키는 도전정신이 있었는데요. 또한 엔지니어링, 에어로 다이내믹 팀들과의 긴밀한 공조가 있었기에 그러한 도전정신이 현실화될 수 있었습니다. 단지 차가 아닌 ‘예술 작품’을 만드는 페라리팀의 의지와 노력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며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