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포스트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2010년 초반에 나온 컨셉 모델들을 알아보았습니다. 플루이드 스컬프쳐라는 디자인 철학 아래 자유롭고 자연을 닮은 유기적인 형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오늘은 이 모델들 보다도 더 알려지지 않은 2000년대에 나온 현대 컨셉 모델을 알아보며 당시 현대가 어떤 디자인과 기술을 선보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현대는 2006년 LA 오토쇼에서 새로운 크로스오버 컨셉인 HCD10 헬리온을 공개했습니다. 현대 디자인 센터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엘 피아스코프스키(Joel Piaskowski)는 이번 HCD10 헬리온이 다양한 소비자군을 타켓으로 디자인된 차량이라며 현대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HCD10 헬리온 컨셉은 내부에 단단한 뼈대가 있어 견고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하드 타입 배낭 가방에서 영강 받아 디자인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는 루프 가운데 서핑 보드 형태의 구조물을 중심으로 총 3개의 초경량 뼈대를 만들어 내부 탑승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겉으로 노출되어 있는 이 뼈대를 가지고 현대는 사람의 ‘갈비뼈’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디자인 센터의 시니어 디자이너인 마크 메인빌(Marc Mainville)은 HCD10 헬리온의 비율은 단단하고 견고한 크로스 오버 형태의 맞게끔 설계되었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짧은 오버행은 산악이나 암벽같은 오프로드 주행 시 더욱 공격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하며 3도어의 비대칭적인 모습은 HCD10 헬리온만의 특별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HCD10 헬리온의 전면부 디자인은 사실 미래 현대 트럭 디자인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트럭과 같이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만큼 HCD10 헬리온의 휠 아치도 다른 차량들에 비해 두껍고 넓은 편인데요, 현대 디자이너들은 그 사이에 헤드 램프를 배치하여 차량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하였습니다. 휠 아치에서 그릴로 이어지는 라인 또한 HCD10 헬리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프에는 탈착식의 소프트탑이 탑재되어 탑승자들이 언제든지 오픈카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현대 디자인 센터의 다른 시니어 디자이너인 마틴 프로스트(Martin Frost)는 HCD10 헬리온의 내부 디자인도 외부와 동일하게 단단하고 견고한 느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트는 오프로더에서 탑승자를 안전하게 잡아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고 시트 안쪽에는 루프와 같이 군대에서 사용하는 위장 패턴의 문양이 들어가 강한 인상을 더했습니다.

HCD10 헬리온 내부의 특이한 점은 각 시트 앞쪽에 일종의 서랍과 같은 수납 공간이 위치해 있어 주행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짐들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이와 더불어 탑승자들은 각 시트마다 설치된 별도의 펌프를 통해 물통 없이도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GE플라스틱은 2007년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 ‘크로스 오버 쿠페’ 세그먼트 차량인 ‘QarmaQ’ 컨셉을 공개했습니다. 이 컨셉 모델은 충돌사고 시 심각한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Elastic Front’ 가 탑재된 현대의 첨단 기술 시범 차량 (ATDV)인데요, 새로운 기술과 더불어 현대는 30가지의 환경 친화적인 요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QarmaQ 컨셉은Russelsheim에있는 현대 자동차의 유럽 디자인 및 기술 센터에서 제작되었으며 GE 플라스틱과 공조한 협력하여 탄생하였습니다. 권문식 현대 자동차 첨단 기술 부사장은 “현대는 환경 보호를 위한 첨단 소재의 제작을 위해 GE Plastics와 협력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하여 “긴밀한 공조로 탄생한 QarmaQ의 기술은 탑승자에게 더욱 안전한 주행을 선사하고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GE 플라스틱과의 협업은 단지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자유를 제공했습니다. GE 플라스틱의 첨단 소재와 생산 공법은 기존의 금속과 유리로는 불가능했던 더욱 복잡하고 틀을 깨버리는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유럽 디자인 센터의 수석 디자이너인 토마스 뷔 르클 (Thomas Bürkle)은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말하며 이렇게 자유로운 형태에도 불구하고 각종 안전 관련 사항들을 철저히 충족시켰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파노라마 랩 어라운드(panoramic wrap-around)’라고 불리는 사이드의 윈도우인데요, 창문이 도어 하단부까지 연장되어진 모습입니다. 이렇게 넓은 개방감을 주는 창문은 GE의 ‘Lexan’ 이라는 폴리 카보네이트 수지의 사용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C자 형태의 이 창문은 마치 캐릭터 라인과 같은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QarmaQ 컨셉의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4명이 충분히 탑승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는데요, 쿠페 형식 답게 C필러 라인이 많이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은 넉넉한 헤드룸 공간을 제공합니다. 특히 파노라마 형식의 루프가 채용되어 사이드 윈도우와 같이 탑승자에게 다름 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개방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내부의 색상은 안락하고 편안함 느낌을 주는 베이지 색상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따뜻한 느낌의 부드러운 가죽 소재와 차가운 느낌의 시트 내부 알루미늄 트림이 서로 대비를 이루어 시각적인 흥미를 더했습니다. 또한 인테리어 곳곳에 LED등이 설치되어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단색의 인테리어에 화려한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현대는 2008년 미래 MPV모델의 모태가 될 ‘HED-5 i-Mode(이하 i-Mode)’ 컨셉을 발표했습니다. 6인승 차량인 i-Mode는 첨단 소재와 기술이 결합된 차량이며, 여기에 진보된 통신 기술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도 QarmaQ 컨셉과 같이 여러 다른 산업군의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이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회사로 Bayer Materia lScience AG, Keiper 그리고 LG Electronic이 있습니다. 현대는 새로운 기술을 시장에 신속하게 공개하기 위하여 다른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특히 Bayer Material Science와 공조하면서 급진적인 디자인을 더욱 빨리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차체에 쓰인 첨단 소재가 금속과 유리보다 가공이 쉬웠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이 소재는 또 다른 기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가 치유 기능입니다. 이 기능을 통해 i-Mode는 다른 차량과의 접촉 사고 시 생긴 흠집과 기스를 스스로 매꿀 수 있습니다. 유사한 개념을 람보르기니가 2017 년 테르조 밀레니오에서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물론 치유 범위의 차이가 있으나 현대는 람보르기니보다 9년이나 빨리 동일한 기능을 자신들의 차량에서 구현한 것입니다.

i-Mode는 첨단 통신 기술도 가지고 있습니다. 웹 서핑, 비디오 게임 그리고 영화 관람 등 집에서만 즐길 수 있는 활동을 i-Mode 차량의 터치 스크린에서도 동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 LG 전자가 개발한 첨단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실현할 수 있었던 이 기능을 현대는 ‘디지털 홈’이라고 칭했습니다. LG 전자의 첨단 기술을 통해 탑승자는 스크린을 통한 화상 통화까지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엔지니어링 파트너인 ‘Keiper’ 는 새로우면서도 독특한 Swivel 시트 개념을 i-Mode에서 선보였습니다. Swivel 시트의 핵심은 1열 시트에 있는데요, 1열 시트는 필요 시 뒷쪽을 향하여 90도 회전 할 수 있습니다. 평사 시에는 등받이가 되는 부분이 경우에 따라서는 탑승자가 앉는 면이 될수도 있는 것인데요, 유사한 개념의 인테리어가 르노의 ‘Morphoz’ 컨섭에서 구현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Bayer Material Science가 개발한 ‘Makrolon’ 이라는 투명한 재질의 소재를 활용하여 실내의 개방감을 높였습니다. 특히 전체 루프 면적의 절반 정도는 이 투명 소재를 활용하여 제작되어 탑승자에게 자연광의 편안한 느낌과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시트는 코냑 가죽으로 만들어져 더욱 안락한 느낌을 제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차량은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디자인된 11번째 컨셉카인 ‘누비스 컨셉’ 입니다. 2000년대를 넘어 2010년대를 향하는 시점에서 현대의 미래 디자인 비전을 제시하는 누비스 컨셉은 크로스 오버 형태의 프리미엄 유틸리티 차량입니다. 누비스 컨셉에는 미래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높은 연비를 위한 기술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현대는 2015년까지 모든 브랜드 차량의 연비를 앞서 나가겠다고 선언 했었는데요, 이 선언에 따라 누비스 컨셉에는 리튬 폴리머 베터리 기술을 사용하는 현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블루 드라이브 기술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현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부터 리튬 베터리 기술을 활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자동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현대는 누비스 컨셉 디자인에서 선체의 양 옆을 지나가는 물,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를 흐르는 바람 같이 자유로운 자연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디자이너 John Krsteski는 “누비스 컨셉에서 멈춰있는 라인은 없다.”라고 말하며 모든 선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헤드 램프에서 시작하여 리어 휠 아치 앞쪽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2개의 캐릭터 라인은 흐르는 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습니다. 특히 누비스 컨셉에서는 뚜렷한 B필러가 없는 걸 볼 수 있는데, 시니어 디자이너 안드레 허드슨 (Andre Hudson)은 “B필러 기둥을 절묘하게 숨기고 차체 색깔과 대비되는 어두운 창문을 탑재하여 루프 부분이 마치 떠있는 것처럼 연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물에서 영감 받은 외관과 동일하게 누비스의 인테리어도 상당 부분 물과 연관되게 디자인되었는데요, 실내 곳곳에 파란색 가죽과 LED등을 통해 물의 느낌을 강조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누비스의 4개의 시트는 ‘Methode Electronics Touch Sense’ 라는 기술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시스템을 통해 탑승자는 현재 속도와 주행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누비스의 시트는 ‘True Textiles’ 라는 회사가 만든 친환경 천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이 천은 버려진 100 % 재활용 폴리 에스테르로 만들어지며 그 공정 과정도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누비스에는 버려진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Harveys Original Seatbeltbags’ 라는 회사가 제공하는 소재로 만들어진 안전벨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현대는 사소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며 컨셉의 뜻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2010년대 이전의 다양한 현대 컨셉 모델들을 알아보았습니다. 2010년대 초반 모델들은 플루이드 스컬프쳐(Fluid Sculpture)라는 뚜렷한 철학아래 디자인되었다면 그 이전의 컨셉들은 좀 더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시도를 거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가 치유 기술 등 현재 컨셉 모델에서나 등장할 법한 첨단 기술들이 이미 탑재가 되었는데요, 현대가 자신들의 컨셉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매 순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차량을 만드는 현대가 앞으로 어떤 모델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디자인 해부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