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고유한 디자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르쉐의 동그란 전조등과 특유의 패스트백 프로파일, BMW의 키드니 그릴 그리고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 등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이러한 디자인 큐를 개발하고 현재까지 발전시켜오고 있는데, 바로 스핀들 그릴입니다.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을 통해 과거의 무난했던 이미지를 벗고 자신들만의 강렬한 감성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핀들 그릴은 ‘L-Finesse’라는 렉서스 디자인 철학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렉서스는 Leading Edge(최첨단)와 Finesse(정교함)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L-Finesse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기술력과 정교한 디자인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엄한 뜻을 품고 탄생한 스핀들 그릴은 2011년 뉴옥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된 ‘LF-GH 콘셉트’를 통해 첫 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렉서스 디자인 디비전(Lexus Design Division)의 총괄자였던 ‘켄고 마스모토(Kengo Matsumoto)’는 “L-Finesse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LF-GH 콘셉트는 렉서스 디자인의 향후 방향성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고 실제로 2012년 공개된 렉서스 GS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렉서스는 큰 변화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고 당시 거대한 스핀들 그릴에 대해 “과하다” 혹은 “기괴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대중들의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렉서스는 이를 포기하지 않고 LF-GH 콘셉트 공개 후 불과 1년 뒤인 2012년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콘셉트카를 출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LC500의 바탕이 되는 ‘LF-LC 콘셉트’였습니다.


2012 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공개된 LF-LC 콘셉트는 2 + 2 하이브리드 스포츠 쿠페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브랜드의 새로운 플래그십 쿠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제작된 모델이었습니다.

당시 렉서스 그룹 부사장이었던 마크 템플릿(Mark Templin)은 “LF-LC 콘셉트는 GS에서 시작된 렉서스 고유 디자인을 계승하는 동시에 이를 더욱 확장시키는 모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LF-LC 콘셉트의 디자인은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에 위치한 토요타의 ‘칼티 디자인 연구소(Calty Design Research)’에서 고안되었으며, 이들은 감성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융합을 구현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쳤습니다.



당시 칼티 디자인 연구소를 총괄했던 케빈 헌터(Kevin Hunter)는 “새로운 콘셉트를 통해 렉서스만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개발하는 동시에 렉서스의 비전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습니다.

LF-LC 콘셉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요소는 단연 전면부의 스핀들 그릴입니다. 렉서스는 LF-GH 콘셉트의 스핀들 그릴을 양 측면으로 더욱 확장시키는 동시에 더욱 유선형의 형태로 디자인하여 한층 더 부드러운 느낌을 구현해 냈습니다. 렉서스는 이를 “화려한 곡선이 역동적인 각도로 휘어져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그릴의 크기 뿐만 아니라 깊이감도 더욱 발전되었습니다. 그릴의 리브가 그릴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알루미늄 가니시보다 안쪽으로 배치되어 입체적인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데, 가니시 내부에 생성되는 음영이 그릴의 깊이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릴 내부에는 3D 패턴이 입혀져 있어 다채로운 느낌을 더하고 있으며 그릴 하단 모서리에 자연스럽게 배치된 공기 흡입구는 L-Finesse 철학의 중점 요소인 심미성과 기능성의 융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핀들 그릴 양 옆에는 렉서스의 로고를 형상화한 L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적용되었고 3개의 원형 헤드 라이트는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느낌이 강한 스핀들 그릴, 주간 주행등과 대비되어 클래식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에어 커튼를 감싸고 있는 수직 안개등에도 헤드 라이트와 동일한 페이딩 도트 매트릭스 패턴이 적용되어 디자인의 통일성과 함께 감각적인 디테일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측면부 프로파일은 스포츠 쿠페만의 역동적인 느낌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프런트 펜더 패널에서부터 A 필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볼륨감은 플래그십 럭셔리 쿠페를 지향하는 성격을 반영하듯 디자인에 우아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측면부는 전, 후면과 달리 유독 LFA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는데, 브레이크 냉각을 위한 하단 공기 흡입구와 벨트라인의 형태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LFA 디자인의 중점적인 요소였던 에어킥의 형태가 C필러 부근에 뚜렷하게 적용되어 LF-LC가 LFA와 같이 스포티한 차량임을 다시한번 드러내고 있습니다.

후면부 디자인은 전면부의 연장 선상에 있습니다. 스핀들 그릴을 연상시키는 조형미가 후면부 전체에 적용되었으며 테일 라이트를 감싸는 알루미늄 가니시 역시 전면과 동일하게 하단 에어덕트까지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테일 라이트 조명은 전투기의 애프너 버너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되었으며 안쪽에서부터 뻗어나오는 그래픽을 통해 깊이감을 형성해 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롬 소재의 쿼드 머플러가 후면부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하고 있습니다.


외관과 동일하게 LF-LC 콘셉트의 내부 역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렉서스는 첨단 기술, 부드러운 질감의 소재 그리고 유기적인 형태를 인테리어의 핵심으로 꼽았으며, 이 모든 요소들은 운전자를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운전석은 깊게 파인 측면 패널과 유선형의 콘솔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개방적이고 안정적인 실내 느낌을 구현하는 동시에 운전자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주행에 집중될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클러스터와 센터스크린은 12.3 인치 LCD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운전자는 센터 콘솔에 위치한 팝업 터치 스크린 키보드를 통해 오디오 시스템, 실내 온도 조절 및 내비게이션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각 도어에도 창문과 시트를 제어하는 별도의 터치 스크린이 탑재되었습니다.

실내 전체는 부드러운 가죽과 스웨이드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브러시드 메탈 트림과 목재 액센트가 추가되었습니다. 시트, 도어패널 그리고 센터콘솔 표면에는 ‘인터레이스 곡선’이라 불리는 스티치가 적용되었으며 시트와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레이스카에서 영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래지향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LF-LC 콘셉트를 만들어낸 점에 있어 렉서스 디자인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보다 더욱 대단한 점은 콘셉트 디자인을 양산모델에 그대로 적용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렉서스는 2016년 LC500이라는 모델명으로 LF-LC 콘셉트의 양산 모델을 공개했으며, 당시 콘셉트와 차이가 거의 없이 오히려 더욱 정리된 느낌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의 총괄자였던 토요타 아키오(Akio Toyoda)는 “LC500을 제작하는데 있어 우리의 목표는 콘셉트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엔지니어링팀과 긴밀하게 협력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당시 수석 엔지니어였던 사토 코지(Koji Sato)는 “디자인팀과 엔지니어링 팀이 문제를 하나씩 극복해 나갔던 과정은 단지 콘셉트 디자인을 보존하며 새로운 쿠페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새로운 도약을 상징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렉서스는 특유의 내구성과 정숙성, 그리고 고유의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자신들의 이상적인 디자인을 현실과 타협하여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대중들의 더욱 확고한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렉서스의 이러한 사례가 있기에 제네시스가 2018년 공개한 에센시아 콘셉트의 양산 모델이 더욱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에센시아 콘셉트 역시 LF-LC와 동일하게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 비전을 품은 플래그십 쿠페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죠.

에센시아 콘셉트를 총괄했던 루크 동커볼케는 “이 모델은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하함과 제네시스 DNA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라고 말하며 “그란투리스모 성격의 쿠페 모델은 이러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있어 완벽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과연 제네시스가 렉서스에 버금가는 장인정신을 통해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루어낼 수 있을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DESIGN ANA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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