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부자든 가난하든 동일하게 코카콜라를 마신다. 아무리 큰돈을 준다 해도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 없다. 모든 코카콜라는 동일하며, 똑같이 좋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저서 중 한 코카콜라에 관한 구절인데요, 그의 유명한 문구를 인용한 이유는 오늘의 주제가 바로 코카콜라의 병 디자인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세계 음료수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코카콜라는 1886년 탄생했습니다. 당시 약사였던 존 펨버튼(John Pemberton) 박사가 주류판매 금지로 인해 술을 대체할 수 있는 음료수를 고안해냈는데, 그것이 바로 코카콜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사 캔들러(Asa Candler)와 프랭크.M 로빈슨(Frank Mason Robinson)이 1892년 코카콜라 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죠. 참고로 프랭크.M 로빈슨은 코카콜라의 유명한 필기체 로고를 탄생시킨 인물입니다.

코카콜라의 인기가 날로 늘어나자 그들은 미국 전역에 코카콜라 병을 제조할 수 있는 독점 판매권을 판매하며 사업을 확장시켜나갔습니다. 원액을 넘기면 보틀링 파트너가 자신들이 제작한 병에 이를 넣고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성장할 수록 코카콜라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바로 유사품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인데요, 당시 코카콜라의 병이 일반적인 직선 형태의 디자인이어서,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이를 모방하여 판매한 것입니다. 피해가 커지자 결국 그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되는데, 바로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새로운 병을 디자인 하는 것이었습니다.


코카콜라 회사는 1915년, 500달러의 포상금과 함께 두가지 조건으로 디자인 공모전을 펼치게 됩니다. 그들이 내건 두가지 조건은 ‘깨진 조각에서도 코카콜라 병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어두운 곳에서도 병 모양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제안들 중 최종작으로는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루트 유리공장(The Root Glass Company)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더 사무엘슨(Alexander Samuelson)과 얼 딘(Earl Dean) 등 공장 직원 5명이 공동으로 제안한 디자인이 채택되었습니다. 그들은 코코아 열매에서 영감받아 병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코코아 열매 특유의 볼록한 형태와 세로 형태의 줄무늬를 병 디자인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존 펨버튼의 고향이었던 조지아주의 푸른 숲을 의미하는 녹색을 병 색상으로 선택했죠. 

코카콜라는 1915년 바로 이들의 병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고, 이듬해 해당 디자인은 공식 병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이룬다는 전략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당시 미국인들 중 코카콜라 병을 구별하지 못하는 인구는 1% 미만이었다는 조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코카콜라만의 독특한 병은 흔히 ‘컨투어 병’이라고 불리는데, 그 기원은 프랑스 잡지 ‘라 몽드(La Monde)’가 이 병의 형태를 두고 ‘독특한 윤곽(Contour,컨투어)’이라고 묘사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이 컨투어 병은 1955년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갑 패키징과 석유회사 쉘의 로고 디자인 등 산업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친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에 의해 다시한번 리뉴얼되었는데요, 그의 손길을 거친 컨투어 병은 1961년, 상업용 포장 용기로는 드물게 공식적인 상표로서 인정을 받게 되죠.


이후 코카콜라의 컨투어병은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으며,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는 1943년 ‘미국의 시(The Poetry of America)’라는 작품에서 코카콜라 병을 활용했으며 에두아르도 파울로찌(Edurdo paolozi) 역시 1947년 ‘나는 부자의 노리개였다(I was a rich man’s plaything)’라는 작품에서 코카콜라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코카콜라를 예술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인물은 바로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입니다. 앤디 워홀은 코카콜라를 활용하여 무려 15개의 작품을 남길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당신이 훔쳐 달아날 수 모든 것이 예술이다’ 라는 말은 앤디 워홀의 유명한 명언 중 하나이자 그의 예술관을 정리한 문장인데요,  그는 예술이 희귀해야한다는 관념을 버리고 일상 속 흔한 물건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펼친 아티스트 였습니다.  

이런 그의 생각을 들여다 보면 코카콜라가 왜 그의 예술적 뮤즈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상 도입부의 엔디 워홀의 구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코카콜라를 즐길 수 있고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 없는,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평등했기 때문입니다. 

코카콜라와 예술의 만남은 계속 이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과거 샤넬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의 콜라보를 꼽을 수 있습니다.이들의 콜라보는 2010년, 2011년 총 두번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첫번째 콜라보에서 라거펠트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커버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두번째 콜라보에서는 패턴과 줄무늬를 활용한 더욱 대담한 디자인으로 코카콜라병을 하나의 예술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렇게 코카콜라는 많은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을 통해 단지 음료수가 아닌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19년 기준 코카콜라가 하루에 19억잔, 초당 2만1990잔이 판매된 것을 미루어 볼때 그 영향력 또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아티스트들, 디자이너들 심지어 우리들 까지 코카콜라 병 디자인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요? 인간은 어떠한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각기관이 포함되며 각 기관 사이의 감각적 전이 현상을 공감각이라고 부릅니다. 코카콜라 용기가 오랜 시간동안 그 원형성을 유지한 이유도 이러한 공감각적 디자인원리에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선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외형뿐만 아니라, 손으로 잡았을 때 편안한 그립감, 병을 열 때 상쾌한 탄산카스의 폭발음, 혀끝으로 전달되는 톡 쏘는 코카콜라의 풍미는 다른 음료와는 전혀 다른 공감각적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왔습니다. 이렇게 오감을 자극하는 공감각적 경험은 한번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닌, 오랜 기간 동안 기업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소비자에세 최상의 감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 인 것이고, 이러한 공감각적 디자인은 오랫동안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기억되고 지속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중요한 원리로 작용되고 있죠.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코카콜라가 100년 이상을 버텨온 주요 원인으로 코카콜라 디자인의 공시성과, 통시성을 꼽았습니다. 코카콜라는 전통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 원형성을 10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집해온 공시성, 그리고 형상에 대한 원형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시대에 순응하며 적응하기 위한 최적화의 노력인 디자인의 통시성을 모두 만족시키려 노력해온 회사라는 것이죠. 

디자인의 시간성과, 공간성에 대한 노력과 집념, 다시말해 디자인의 공시적 가치와 통시적 가치에 대한 집착이 코카콜라가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받으며 대표적인 음료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밀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코카콜라 병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문화적 가치, 그리고 오랜기간 대중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과연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하게 변화와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준 코카콜라가 앞으로 또 어떤 시도들을 보여주질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DESIGN ANATOMY
문의 / designanatomy@naver.com
© 디자인해부학,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