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맥라렌은 ‘더 퀘일, 모터스포츠 개더링(The Quail, A Motorsports Gathering)’ 행사에서 특별한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맥라렌 X-1 컨셉’ 입니다. 한 고객의 의뢰에 따라 맥라렌의 고객 맞춤형 부서인 ‘맥라렌 스페셜 오퍼레이션(McLaren Special Operations, MSO)’에서 제작된 이 모델은 세상에 한대 밖에 존재하지 않는 원-오프 모델입니다.

맥라렌 F1, 메르세데스-벤츠 SLR 맥라렌 그리고 MP4-12C 등 유서 깊은 맥라렌 모델들을 소유한 이 의뢰인은 MP4-12C의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이 반영된 새로운 슈퍼카를 맥라렌에 요구했는데요, 이후 당시 MSO 부서의 디렉터였던 ‘파울 맥켄지(Paul Mackenzie)’와 전 맥라렌 수석 디자이너 프랭크 스탭슨(Frank Stephenson)은 X-1 컨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프랭크는 “이번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과거 클래식함이 묻어있는 고전적인 우아함’ 이었다”라고 설명하며 프로젝트의 핵심 컨셉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맞추어 MSO 팀과 맥라렌 디자인팀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건축, 영화 그리고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런 다음 고객과 함께 그것들을 간추리는 과정을 이어갔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여 최종적으로 몇몇의 이미지들이 선택되었습니다. 우선 선택된 차량들을 살펴보면, 1961 페이셀 베가(Facel Vega), 1953 크라이슬러 디’엘레강스 지아(Chrysler D’ Elegance Ghia) 그리고 1939 메르세데스-벤츠 540K(Mercedes-Benz 540K)와 같은 클래식 차량이 주로 선정되었습니다. 고전적인 미를 추구하는 고객의 요구 사항이 적극 반영된 것입니다.

또한 뉴욕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물, 예거 시계, 에어 스트림 트레일러, 토마스 만 몽블랑 펜 그리고 그랜드 피아노 등 다양한 제품들에서도 영감을 찾았습니다. 심지어 ‘반짝이는 재질의 마감을 좋아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오드리 헵번의 흑백 사진도 추가되었습니다.


사실 X-1 컨셉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 디자이너에 의해 탄생한 것인데요, 영국 RCA 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맥라렌에 입사한 ‘여홍구’ 디자이너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자료 수집을 마친 뒤 실질적인 차량 디자인은 그와 프랭크의 합작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그는 “고객인 원하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차량들은 대부분 엔진이 앞에 있는 프런트십 구조를 가지고 있다.”라며 “이러 모델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비율을 미드십 슈퍼카에 적용시키는 것인 큰 과제였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디자인의 각 구성 요소들이 성능을 위한 뚜렷한 목적을 가짐과 동시에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맥라렌만의 개성이 묻어 나오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위하여 맥라렌 디자인팀은 무려 1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오직 차량 스타일링을 완성하는데 투자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끝에 완성된 X-1 컨셉은 그 바탕이 되는 MP4-12C 모델보다 큰 차체를 자랑했습니다. 총 길이는 4,658mm로 MP4-12C보다 109mm 더 길며, 폭은 2,097mm로 188mm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전고는 1199mm로 동일하게 유지되었는데, 결과적으로 X-1 컨셉은 MP4-12C보다 더 날렵하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디자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X-1 컨셉의 모든 패널은 탄소섬유로 제작되었으며 이로 인해 총 무게가 약 1,400kg밖에 나가지 않는 가벼운 차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프런트와 리어램프는 맥라렌의 로고를 참고하여 디자인되었으며, 에어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하는 가변형 리어 윙은 알루미늄과 니켈 도금으로 마감되어 있어 디자인에 포인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디자인에는 2가지의 중점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프런트 범퍼에서부터 어깨라인을 타고 리어까지 이어져 있는 ‘알루미늄 띠’입니다. 이 또한 리어윙과 같이 니켈 도금으로 마감되어 있는데요, 끊김 없이 길게 뻗어있는 라인을 통해 멈춰있을 때도 맥라렌 특유의 역동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하였으며 과거 클래식 차량들의 우아함을 느낄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뒷 바퀴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패널입니다. ‘푼톤 스타일(pontoon style)’로 디자인된 이 리어 펜더는 경우에 따라 위로 열 수 있도록 제작되었는데요, 이 디자인을 보고 프랭크는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경첩 디자인 중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여홍구 디자이너는 이러한 스타일로 펜더를 디자인한 이유는 “차량이 마치 슈퍼 히어로의 망토처럼 앞으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부분은 엔진 냉각을 위한 에어 인테이크와 절묘하게 맞물려 있어 디자인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X-1 컨셉의 휠은 특별 제작되었으며 알루미늄 띠와 통일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이아몬드를 소재로 한 밝은 색의 페인트가 입혀졌습니다. 보닛 위에 있는 맥라렌 로고 역시 알루미늄 가공과 니켈 도금 제작되었으며, 외부 차체는 의뢰자가 선택한 ‘피아노 블랙’의 색상으로 덮여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기존 MP4-12C의 것이 그대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시트는 의뢰자의 체형에 맞게 다시 설계되었으며, 도어 및 루프 트림에는 하리사 레드의 맥라렌 나파 가죽(Harissa Red McLaren Nappa)으로 다시 마감되었습니다. 내부 스위치는 외관과 동일하게 알루미늄 가공과 니켈 도금이 입혀졌으며 내부 카본은 티타늄과 함께 제작되어 더욱 입체적인 효과를 제공합니다. 바닥 카펫은 안산암(Andesite) 소재로 만들어져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지금까지 맥라렌의 원-오프 모델 X-1 컨셉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디자인을 보면 트렌디함을 피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계승한다는 비전이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8년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세련되면서 우아한 자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프랭크는 “이번 프로젝트는 외부의 고객이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디자인팀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한 매우 특별한 경우였다.”라며 보람차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같은 한국인으로서 여홍구 디자이너의 작품이 더욱 보람차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데요, 맥라렌의 숨어 있는 명작 X-1 컨셉이 더욱 널리 알려지길 바라면서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디자인 해부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