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먼 미래 얘기에 불과했던 전기차 시대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향후 전기차 로드맵을 수립한데 이어 해당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연기관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어 보였던 슈퍼카 업체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포르쉐처럼 내연기관과 전기차 라인업을 동시에 운용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로터스처럼 순수 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나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단종 소식 전한 로터스, 앞으로 ‘이것’에만 집중한다
슈퍼카를 뛰어넘는 하이퍼카 제조업체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에 본사를 둔 코닉세그는 4인승 하이퍼카 제머라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적응하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렇듯 세그먼트 불문 전동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오히려 꿋꿋이 내연기관을 고수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심지어 앞으로도 이를 동일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바로 리막과 손잡은 부가티입니다.
전기차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부가티는 작년 1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리막과 손잡았습니다. 진정한 ‘언더독’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리막은 작년 7월 부가티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12월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합작사의 경영은 리막의 창립자이자 CEO인 메이트 리막에게 맡겨졌는데, 이로써 부가티의 미래 역시 그의 손에 달리게 됐습니다. 이런 막중한 책임을 지닌 그가 최근 부가티의 차세대 모델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실린더가 16개나 사용되는 거대한 내연기관을 고수하던 부가티였기에 전기차 시대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큰 관심이 쏠리던 참에 말이죠.
공식 석상에 선 리막 CEO는 의외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시론의 뒤를 이를 차세대 하이퍼카는 여전히 내연기관을 사용하며, 출시는 2024년에 이루어질 것이라 밝혔습니다. 특히 “내연기관에 부가티의 미래가 달렸다”는 말로 부가티의 전동화 논란을 종식시켰습니다.
그는 “부가티의 전동화를 위해 리막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꼭 전동화 파워트레인에 국한돼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의견을 전했습니다. 또, “현 단계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차에서 볼 수 없었던 기능에 놀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다만 부가티가 내연기관만 탑재할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함께 적용할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한 가지 힌트가 있다면, 리막 CEO가 지난해 7월 차세대 모델을 언급하며 부가티의 하이브리드화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많은 슈퍼카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페라리는 이미 2013년 라페라리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SF90, 296 GTB에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습니다. 람보르기니 역시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을 필두로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더욱이 내연기관 규제가 강화되고, 많은 나라들이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선언하며 하이브리드화에 더욱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은 2040년(프랑스 파리는 2030년), 인도는 2030년,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합니다.
부가티 SUV가 현실로?
메이트 리막 CEO는 내연기관 유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지만, 앞으로 등장할 차량의 형태에 대해서는 유연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지난해 8월 외신과 인터뷰에서 “부가티가 앞으로 2인승 차량에만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그는 “부가티는 더욱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드”라며 “향후 SUV 및 긴 후드를 지닌 쿠페가 새롭게 등장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1999년 폭스바겐 그룹에 의해 새롭게 부활한 이후 줄곧 2인승 하이퍼카만 생산해 왔던 부가티의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더욱이 부가티가 2009년 4인승 슈퍼 세단 갈리비에 콘셉트를 제작한 이력이 있기에, 리막 CEO의 의견이 생뚱맞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부가티 베이론을 기반으로 제작된 해당 콘셉트는 아쉽게도 양산 결정이 철회됐고, 대신 2인승 시론이 제작됐습니다.
부가티는 리막과 힘을 합친 뒤 여러모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비록 메리트 리막 CEO가 내연기관 유지를 선언했지만, 친환경 시대와 동떨어진 8.0리터 쿼드 터보차저 W16 엔진이 그대로 사용될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은데요. 과연 2년 뒤면 등장할 새로운 하이퍼카가 의문의 실마리를 풀어줄지 기대해 보며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DESIGN ANA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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