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전기차 회사인 리막(Rimac)이 프랑스의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부가티를 소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리막에게 부가티를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 다양한 협의를 거치고 있는데요, 부가티를 리막에 넘기고 리막 지분 15.5%를 받는 등의 맞교환 방식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폭스바겐 이사회는 지난주 이 거래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막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여러 조율을 펼치고 있습니다. 만약 최종 계약까지 마무리된다면 창립 11년 된 스타트업 전기차 기업이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부가티를 인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폭스바겐이 1998년부터 약 22년을 함께한 부가티를 매각하려는 이유로 브랜드의 향후 방향성과 저조한 판매 실적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이후 E-모빌리티와 자율 주행 네트워크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며, 특히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8.0리터 W16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부가티는 폭스바겐의 미래 전력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또한 지난해 부가티의 전체 판매량이 82대에 그쳐 개발비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부가티 소유에 폭스바겐의 목적과 수익성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폭스바겐은 이미 포르쉐를 통하여 15.5%에 해당하는 리막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포르쉐의 첫 전기 슈퍼카인 타이칸의 800V 전압 시스템은 리막의 기술을 대거 참고하여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폭스바겐이 추가로 리막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면, 리막의 첨단 전기차, 자율 주행 기술 등 다양한 노하우들을 자사 브랜드로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계획입니다.


리막은 2009년 크로아티아에 설립된 전기 슈퍼카 브랜드입니다. 창립자는 ‘마테 리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기업명을 정한 것인데요, 그는 크로아티아 베른(VERN) 응용과학대에 재학 중이었던 21살에 리막을 설립하였습니다.

리막의 첫 번째 모델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데뷔한 ‘컨셉 원’입니다. 당시 스타트업 기업답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하였는데요, 리막은 2013년 8대 한정으로 컨셉 원 모델을 실제로 제작했습니다. 모델 출시 당시 컨셉 원은 어마한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우선 4륜에 모두 전기 모터를 설치하여 총합 1,088마력을 발휘했으며 최대 토크는 163.2kg.m에 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컨셉 원은 1,900kg의 무거운 중량에도 2.5초라는 빠른 제로백을 기록했고 6.2초 만에 200km에 도달했습니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양산됐던 람보르기니의 아벤타도르가 V12 엔진을 탑재하고 2.9초의 제로백과 8.9의 200km 가속 성능을 보인 것과 비교해보면, 리막의 기술이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컨셉 원이 이렇게 빠를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후륜에 설치된 2단 카본 듀얼 변속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전기차는 주행 초반부터 토크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전기 모터를 기반으로 1단 감속기를 적용하는데요, 리막은 새로운 2단 카본 듀얼 변속기를 설치하여 최고 속도를 355km까지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리막의 두 번째 슈퍼카는 201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리막 ‘C-Two’인데요, 전체적인 디자인은 1세대 컨셉 원과 유사하지만 더욱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보닛 위에는 새로운 통풍구가 추가되었고 리어 램프 역시 더욱 가늘어지고 세련되게 바뀌었습니다. 더불어 C-Two에는 피닌파리나의 전기 하이퍼카 ‘바티스타’와 동일한 플랫폼이 탑재되었습니다.

새로워진 디자인과 함께 C-Two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긴 항속거리로서, 한 번의 충전으로 550km을 주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120kW 리튬 망간 니켈 배터리를 통해 실현될 수 있었는데 늘어난 주행거리만큼 무게도 무거워져, C-Two의 중량은 컨셉 원보다 50kg 정도 증가한 1,950kg입니다.

하지만 무거워진 무게가 무색하게 성능은 눈에 띄게 발전하였습니다. C-Two의 최대 출력과 토크는 각각 1,914마력과 234.6kg.m으로, 이전 대비 약 900마력과 70kg.m 정도 증가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로백은 1.85초이며, 300km까지는 11.8초, 최대 속도는 무려 415km에 달합니다. 맥라렌의 스피드 테일의 최고 속도가 403km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리막은 C-Two가 자동 제동 및 회피 제어, 차선 유지 보조 장치 등 첨단 안전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 쌍의 라이다, 6개의 레이더, 8대의 카메라 그리고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적용해 레벨 4 수준의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리막은 150대 한정으로 C-Two를 판매할 계획이며, 이미 사전 주문은 모두 완료됐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