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디자인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플라비오 만조니 체제 아래에서 더욱 개성이 강한 페라리로 변하고 있는데요, 최근 소수의 고객을 위해 한정을 제작되는 새로운 페라리의 새로운 세그먼트인 아이코나의 첫 번째 모델인 페라리 몬자 SP 1이 산업디자인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황금콤파스(Compasso d’Oro)’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1950년대 페라리의 전설적인 레이싱카인 1947 166mm 바르게타와 750 몬자, 860 몬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제작된 몬자 SP 1은 201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베스트 오브 베스트와 2019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 역시 수상까지 거머쥐며 페라리 디자인 팀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F12 베를리네타와 라페라리 FXX K 역시 각각 2014년과 2016년 SP 1과 동일하게 황금콤파스를 수상하기도 했으며 그들이 비교적 최근 공개한 로마 역시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자동차 디자인 상인 ‘카 디자인 어워드’에서 양산차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페라리 자체 디자인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페라리는 2008년부터 자체 디자인팀을 준비하기 시작하였고 페라리 488부터 본격적으로 스스로 디자인을 해왔는데요, 그 이전까지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카로체리아와 협업으로 자신들의 모델을 만들어왔습니다. 바로 ‘피닌 파리나’입니다.


페라리에 피닌파리나의 역사는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는 1929년 자신의 F1 경주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창립하였고, 1939년부터는 알파 로메오의 레이싱카 대신 스스로 자신만의 레이싱 차량을 제작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후 1947년 페라리는 그들의 첫 일반 도로 주행용 모델인 125 S를 제작하게 되는데요, 이는 페라리의 첫 일반 도로용 V12 엔진이 탑재된 의미 있는 차량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페라리가 양산 차량을 제작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F1팀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고 오히려 엔초 페라리는 양산 차량 제작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요.

하지만 페라리는 지속적으로 일반 도로용 차량을 만들게 되고 자체 디자인팀이 없었던 페라리는 당시 유명한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중 하나인 피닌 파리아에 디자인 의뢰를 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1951년부터 그들의 오랜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피닌 파리나 내부에서는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가 페라리 디자인을 전담하게 됩니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 3대 디자이너로 불렸던 만큼 실력 있는 디자이너였는데요, 그가 디자인한 대표적인 페라리 모델로는 페라리의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F40과 데이토나 모델이 있습니다.

그의 디자인의 특징은 차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 직선을 기점으로 풍부한 볼륨감과 역동적인 디자인이 가미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F40과 F50 모델을 살펴보면 단번에 관찰할 수 있는 그의 디자인 특징으로 페라리 모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가 은퇴한 후 일본 출신의 디자이너인 켄 오쿠야마가 페라리의 디자인을 전담하며 2002년 페라리의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엔초 페라리와 599 GTB 등을 디자인하기도 했는데요, 2013년 피닌파리나의 설립자인 세르지오 피닌파리나를 기리는 페라리 세르지오 모델을 마지막으로 페라리와 피닌파리나와의 62년간의 협업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플라비오 만조니 수석 디자이너 체제 아래에서 페라리는 더욱 개성이 강한 디자인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들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페라리 488은 458과 유사해 보이지만 이전에 C 필러 안쪽에 숨어 있어서 볼 수 없었던 측면 에어 인테이크를 시각적으로 완전히 드러내 보였습니다.

깔끔하던 후드에는 뚜렷한 에지 라인이 입혀졌으며 기존 에어 인테이크를 감싸는 듯한 형태의 전면 범퍼 디자인은 완전히 개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평면적인 느낌이 강했던 후면 디자인은 더욱 근육질의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되었는데요, 이렇게 플라비오 만조니는 피닌파리나의 정돈되고 깔끔한 면 구성 대신 더욱 공격적인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된 마지막 모델인 458과 가장 최근 V8 라인업인 F8 트리뷰토의 엔진룸 커버 디자인을 비교해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458의 엔진룸은 다른 면과 통일성을 이룰 수 있도록 매우 깔끔한 형태로 제작된 반면 면들의 세분화가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 F8 트리뷰토의 엔진룸 커버에는 수평의 라인이 추가되어 입체적인 느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피닌파리나 디자인과 플라비오 만조니 체제의 가장 극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차량은 바로 599 GTB와 가장 최신의 V12 플래그십 모델인 812 슈퍼패스트입니다. 599 GTB는 시선을 끌어당기는 자극적인 디자인 대신 풍부한 볼륨감과 절제된 라인들을 갖추고 있는데요, 이에 반해 812 슈퍼패스트는 디자인 전반에 걸쳐 날카로운 엣지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더욱 우수한 공기역학을 위하여 차량 곳곳에는 에어 덕트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페라리의 디자인 변화는 SF90 스트라달레에서도 드러납니다. 특히 페라리는 최근 SF90 스트라달레의 스파이더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페라리의 최상위 라인업에 해당하는 SF90에도 페라리의 대담한 시도가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우선 차량의 전면 윈드 실드가 차축까지 연장되어 있는 캡 포워드 캐빈이 속도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SF90에는 투톤 효과가 적용되었는데, 플라비오 만조니는 케빈과 사이드 실과 같은 특정 부분의 카본을 밖으로 그대로 노출시켜 더욱더 하이테크 한 느낌을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측면의 에어 인테이크는 이번 SF90 디자인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과거 페라리 330 P3/P4의 에어 덕트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되었으며 후드에서 뻗어오는 라인과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라달레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는 엔진 룸 주변의 면 구성에 있습니다. 스트라달레와 같은 미드십 차량의 리어 윈드 실드는 대부분 엔진룸 커버 역할을 하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페라리는 이러한 통념을 깨고 캐빈과 리어 펜더를 이어주는 ‘플라잉 브리지(Flting Bridge)’ 면으로 리어 윈도를 분할시켰습니다.

대칭적으로 구성된 이러한 브리지 면은 마치 화살촉과 같은 형태로 차량이 마치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는데, 페라리는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를 ‘슬링샷 효과(Slingshot Effect)’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차량을 위에서 보았을 시 동일하게 화살촉을 연상시키는 프런트 엔드 라인과 함께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디자인은 엔진룸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선의 흐름을 리어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페라리는 2017년 J50 모델에서 동일한 구성을 시도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스타일이었기에 스포츠카답지 않은 다소 무겁고 두꺼운 면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리어 램프 상단과 하단, 그리고 머플러 하단을 지나가는 3개의 선, 페라리의 단어를 빌리면 3동선 구조(Trimaran Architecture)로 디자인된 후면부 양 측면에는 수직 라인은 차량의 안정적인 스탠스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중앙 머플러와 선의 흐름에 맞춰 전통적인 원형을 버리고 얇은 사각형으로 제작된 리어 램프는 더욱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페라리 디자인의 변천사와 SF90 스트라달레의 디자인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현재 SF90 스트라달레의 공식 출시 가격은 약 6원에 달하고 있는데요, 플라비오 만조니 체제 아래서 이루어진 대담한 미래지향적 디자인, V8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임에도 1,000마력이라는 강력한 성능 그리고 페라리 F1팀의 90주년 기념 모델이라는 점 등이 이러한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앞으로 페라리가 어떤 대단한 디자인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디자인 해부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