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워진 레인지로버”

안녕하세요. DA입니다.
지난해 10월 랜드로버의 신형 레인지로버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무려 9년 만에 새 옷을 입은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의 플래그십답게 웅장하며 중우한 자태를 자랑했는데요. 동시에 절제된 선과 면의 조합으로 모던한 인상을 더했고, 미래지향적인 후미등은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랜드로버는 벨라를 기점으로 2세대 디펜더, 신형 레인지로버 등에서 과거의 투박함을 내려놓고 강인하지만 부드러움을 겸비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JLR 그룹 디자인을 총괄하는 게리 맥거번 지휘 아래 분명 눈에 띄는 변화를 이뤄가고 있는데요. 과연 신형 레인지로버에서는 또 어떤 변화를 이룩하고자 했을까요?


“자극적인 디자인은 이제 안녕”

게리 맥거번 총괄 디자이너는 신형 레인지로버를 두고 “모더니즘 디자인 철학과 50년 이상의 역사가 결합된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 평가했습니다. 특히 완벽에 대한 열망은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고 강조했죠.

랜드로버 역시 5세대 레인지로버가 랜드로버의 모더니즘 철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자체적인 평을 내놓았는데, 현대성, 우아함 및 정교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리 맥거번 지휘 아래 랜드로버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마실모 프라실라(Massimo Frascella) 총괄 디자이너는 신형 레인지로버 디자인 핵심을 환원주의(reductionism)라고 설명했습니다. 환원주의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 등을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소로부터 설명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마실모 프라실라는 복잡한 디자인 사고를 그대로 외부 형태에 녹여내는 것이 아닌 이를 최대한 단순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차체 라인과 관절을 줄여 현대적인 럭셔리에 새롭고 절제된 느낌을 부여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러한 절제미가 돋보이는 부분은 후면입니다. 후미등과 방향 표시등은 모두 검은 패널에 통합됐으며, 오직 필요할 때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평상시에는 패널의 단순하면서도 매끄러운 자태만 눈에 보일 뿐이죠.

새로운 측면 디자인 역시 동일한 맥락 아래 전개됐습니다. 4세대 레인지로버의 경우 클렘쉘 보닛의 파팅라인에서 이어져오는 볼드한 캐릭터 라인과 무게감을 더해주는 거대한 크롬 장식 등이 디자인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절제미를 강조한 신형 레인지로버에서는 선의 두께가 얇아지고, 크롬 장식은 간소화됐습니다. 강렬한 캐릭터 라인, 크롬 등의 자극적인 요소 대신 은은한 볼륨감으로 디자인을 채웠고, 로커패널의 입체감을 강조해 빈자리를 훌륭하게 매웠습니다.

마실모 프라실라는 한 인터뷰에서 “차량 외관을 발전시키고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했다”며 “환원주의에 입각해 현대적인 럭셔리를 보다 절제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로 인해 대중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했다”는 뜻을 덧붙였습니다.

절제미는 시각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공기역학에도 큰 이점이 됐습니다. 공기 저항을 높이는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인 탓에 0.3의 항력계수를 기록할 수 있었는데, 환원주의 디자인을 통해 양립하기 어려운 미와 기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입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랜드로버”

랜드로버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단지 마초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강인함과 온아함의 상반된 분위기를 동시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길이 5미터, 높이 1.8미터에 달하는 대형 SUV 역시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을 몹소 증명하고 있는데요. 과연 오랫동안 럭셔리 SUV의 선봉장에 서있는 랜드로버의 선구안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글 / DESIGN ANA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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